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문화재 복원, 전통재료 대신 시멘트가 왜 들어갈까

기사입력 : 2019년03월18일 09:44

최종수정 : 2019년03월18일 09:54

문화재청, 전통재료 및 활용 보수 사업 예산 확대
전통 재료 물성 보완 위해 현대 재료 사용도 필요
국내외 건축 전통 재료 연구 활발하게 진행 중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재청이 전통재료 및 활용 보수 사업의 예산을 확대한다.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제기된 단청 떨어짐 및 목재 균열 문제를 교훈 삼아 전통수리재료 공급 체계 개선에 나선 것. 문화재 수리와 복원에 현대재료 사용의 필요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대책이 유지될 지 주목된다.

◆ 문화재청, 올해 전통 재료 및 활용 보수 사업 예산 확대

숭례문 단청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지난주 '2019 업무계획'에서 명맥이 끊긴 전통재료 및 전통수리 기술을 복원해 수리현장에서 활성화하도록 제도적 접근방안 마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단청안료 품질과 인증 기준 마련을 올해부터 2022년까지 준비한다. 수급 불균형 분야(전통기와, 철물 등)는 생산시설 전수조사 후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나 전통재료 활용 보수사업에 대해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을 확대 지원한다. 이 사업은 문화재청 총액예산에 포함됐다.

문화재청 정영훈 수리기술과장은 뉴스핌에 "문화재청 예산(올해 8693억원)에 총액사업이 있다. 3500억~4000억원 수준인데, 문화재청 재량으로 사업할 수 있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보통 문화재 복원과 수리 사업을 하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신청하고 심사를 거쳐 진행되지만, 앞으로 전통재료 활용 보수사업에 대해 문화재청 재량으로 예산을 책정한다. 정영훈 과장은 "지자체에서 전통 재료로 보수사업을 하겠다고 예산을 신청하면 우선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화재 후 진행된 숭례문 복원공사는 5년4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나무 기둥이 갈라지고 뒤틀렸다. 일각에서는 국내산 금강송이 아니라 값싼 러시아산, 전통 단청 안료가 아닌 값싼 일본산 안료인 호분을 썼기 때문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복원에 사용된 소나무는 국내산 금강송이 맞다고 했으나, 금강송이 값싼 외국산 소나무로 바꿔치기 됐다는 의혹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한국의 전통 단청 안료 기술 복원의 맥이 끊겼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전통 단청안료 과학적 복원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전통 재료 및 전통 수리 기술의 복원정책 확대'가 마련된 계기다.

정 과장은 숭례문 복원 당시 천연 단청을 쓸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값이 싸 화학 단청 안료를 쓴 건 아니다. 천연 단청 안료를 쓰면 산성비와 공해에 쉽게 변색된다"고 답했다. 이어 "복원 당시 숭례문 단청 작업을 할 때 문화재 기술자들이 아교와 천연 안료로 수리하자고 했다. 그런데 20~30년간 이 작업을 안 했기 때문에 전통 문화 수리자들도 소싯적 실력이 안 나왔다. 무리해서 화학 접착제를 섞어 쓰다 더 큰 문제가 됐다"고 회상했다.

'전통 재료 및 전통 수리 기술의 복원정책 확대'에 대해서는 "현재 전통 기술 단절됐지만, 그나마 전통 기술을 아는 세대가 구전이라도 하고 명맥을 이어가도록 사업을 끌고 가려 한다. 전통 단청 안료, 기와, 전통 철물 등 맥이 끊긴 전통 기술이 있다"고 덧붙였다.

◆ 문화재청 "전통 재료 물성 보완 위해 문화재 복원시 현대 재료도 필요"

문화재청은 문화재 복원·수리에 있어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그렇기에 수리와 복원에 전통재료가 최상의 재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필요에 따라 현대재료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 과장은 "기와의 와구토, 줄눈 등 일부 공정에 한해 백시멘트를 사용할 수 있다. 문화재 수리 전통재료인 석회와 진흙은 눈과 비에 훼손되거나 균열이 쉽게 발생한다. 문화재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통재료의 물성을 보완할 현대재료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2019 문화재수리 표준품셈에 표시된 '줄눈바름' 시 재료 사용 지침 [사진=2019 문화재수리 표준품셈]

2019년 문화재수리표준품셈에 따르면 △마루기와 이기 △담장기와 이기 △와구토 바르기 △전돌벽 쌓기 △문양 샇기 △합각벽 쌓기 △사괴석담쌓기 △줄눈바름 △생석회 모르타르 분야에 '백시멘트' 사용과 수량 등이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물성 보완은 문화재 수리 주기를 연장한다. 보수를 자주하면 해체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훼손이 생긴다. 그렇기에 물성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 수리와 복원의 지침서인 '문화재수리 표준품셈'과 '문화재수리 표준시방서'에도 백시멘트를 쓸 수 있으나 천연재료와 섞어 사용해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정 과장은 물성보완의 사례에 대해 "조선시대에 석탑이 기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편을 썼다. 그런데 철은 녹슬기 때문에 석재가 오염된다. 그래서 20세기에 희귀광물로 발견된 티타늄을 철판 대신 쓰게 됐다. 철보다 연성이 좋고 녹이 쓸지 않아 대체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문화재 수리는 무조건 창건 당시처럼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해당 문화재에 남은 여러 시대의 흔적을 존중해 이뤄진다"며 "서울 흥천사 대방(등록 문화재 제583호) 해체 보수는 1960~1970년대 사진과 관계전문가의 자문 등을 통해 모든 시기의 흔적을 존중해 보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했다. 등록문화재는 활용문화재이기 때문에 소유주의 활용 재량 범위가 확보된다. 흥천사 대방은 19세기에 만들어졌으나 20세기에 아궁이 부분이 연탄으로 바뀌었다. 변증된 내용도 역사로 인정하고 19세기와 20세기 형상을 모두 복원, 보존한 사례다.

◆ 학계 "시대마다 문화재 수리 기준 변화"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배형민 교수는 문화재 복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일반론적 시각으로 다가가면 어려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재 복원의 원칙은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하려는 거다.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100년 전 원형을 알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고 그 당시 재료를 다시 수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문화재 복원과 전통재료의 필수성은 기술적 문제와 철학적 이슈가 충돌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념적으로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원형에 가장 가깝게 복원해야한다는 철학적 입장이 있을 것"이라며 "어차피 원형 복원이 불가능하다. 근대문화재는 활용문화재니 활용측면에서 건축물로 쓰일 때 필요한 것을 고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문화재 수리 역사를 보면 굉장히 재밌다. 광화문을 복원할 때 콘크리트를 썼다. 그때는 최고의 정치인들도 콘크리트가 근대와 진보의 상징이라며 문제시하지 않았다. 또 1960~1970년대 저명한 고고학 박사는 광화문을 김포공항 입구에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대한민국의 관문인 광화문을 외국인들이 오면서 보게 하자는 거였다"고 언급했다.

20년간의 수리를 마치고 공개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 1998년부터 복원에 투입된 비용은 230억. 숭례문 복원(250억) 다음으로 높은 비용 투입.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제적 기준에 따라 학술조사와 해체·수리 과정을 충실히 이행. 본재료 81% 재사용 [사진=문화재청]

문화재 원형에 대한 개념 자체가 1980년대에야 국내에 들어왔다는 게 배 교수 설명이다. 그는 "유네스코에서 말하는 복원은 '현장과 역사에 충실할 것'이다. 그러니 국내에서도 문화재 복원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화재는 현대 건물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문화재 복원 공법의 영역은 더욱 과학적이고 기술적으로 치밀해야 한다. 그러니 건축 재료 연구 영역은 중요한 영역이며 지역, 사회, 국가별로 다르다. 기후나 조건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숭례문 화재와 복원 논란 후 학계에서는 전통재료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권양희 교수는 뉴스핌에 "연구자가 소수지만 문화재청이나 문화재연구소에서 전통재료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전엔 재료에 대해 사람들 관심이 크진 않았다. 그래서 연구에 대한 인지도 부족했다. 지금은 연구자들도 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알고 국민들, 여론도 그렇게 인식한다. 최근 숭례문 사건도 있었고, 고증해서 해야하는게 맞지 않느냐 등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중국은 NHL, 천연 수경성 석회를 개발했다. 유럽에서는 수용성 석회를 사용한다. 이렇듯 석회 성질을 개량해서 쓰는 사례도 찾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89hk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SPC "8시간 넘는 야간근무 없앤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SPC그룹이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장시간 야간 근로를 폐지하고, 앞으로 생산직의 야근 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야간 생산이 불가피한 일부 필수 품목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야간 가동 자체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각 (계열)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주간 근무 시간 역시 단계적으로 단축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근무체계 전환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를 병행하고, 내부 교육 및 매뉴얼 정비 작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SPC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근로자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개선하고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야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고 있다"며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배석했으며, SPC 측에선 허영인 회장과 김범수 SPC삼립 대표, 김지형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의 현장 책임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wonjc6@newspim.com 2025-07-27 13:22
사진
특검, '공천개입 의혹' 윤상현 의원 소환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7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소환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25분께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현장에 모인 취재진이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윤 의원은 "진실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은 조사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윤 의원은 2022년 6월 치러진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으며, 특검은 김건희 여사가 당시 전략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윤 의원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김 여사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후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같은 해 6월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창원 의창에 전략공천되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를 하루 앞두고 명태균 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달 8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윤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2025.07.27 mironj19@newspim.com wonjc6@newspim.com 2025-07-27 10:0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