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고법 정준영 부장판사, MB 조건부 보석 허가
법조계, “헌법 따르고 판사 보석 재량권 발휘한 것”
재판 실익 등 실리 고려됐을 것...MB 불리해졌다 의견도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보석을 신청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6일 조건부 보석을 허가하면서, ‘피고인을 유죄 판결 확정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재판의 실익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 측이 지난 1월말 신청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보석 조건은 △보증금 10억원 △자택 주거 제한 △직계가족 및 그 배우자, 변호인 외 제3자 통신·접견 금지다. 위반 시 즉시 재구속될 수 있다.
재판부는 “보석제도는 형법 27조 4항 형사피고인을 유죄판결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된다는 무죄추정원칙 위한 불구속재판 기초 원칙”이라며 “국민의 눈에 보석제도가 엄정하게 운영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이 구성돼 구속만기인 오는 4월 8일 판결을 선고한다고 해도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종전 재판부가 채택한 증인 등 심리를 다 마치지 못한 증인의 숫자를 감안할 때 최종 만기일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선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사진공동취재단]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2018.05.23 |
재판부의 보석 결정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349일만에 석방되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기업 다스(DAS)를 통한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지난해 3월22일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5년·벌금 130억원·추징금 82억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신청 사유 중 하나인 고령 및 건강문제는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건부 석방이지,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재판부가 석방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 그동안 이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증인들에 대해 정당 사유 없이 소환 불응 시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로 하는 등 1심 대비 엄격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구속기간 내 재판을 끝내지 못해 구속만기로 석방되면 오히려 피고인이 완전히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돼 주거제한, 접촉제한 조건을 부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4월 8일까지 항소심 선고를 못할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확정 판결 전 피고인을 풀어줘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이 전 대통령의 주거 등을 제한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법조계는 법원 입장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과 동시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심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서초동 한 중견 변호인은 “피고인은 확정 판결까지 불구속이 원칙인데, 보석 제도가 엄정하게 운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재판부의 뜻은 법원에서 그동안 보석을 잘 안 해준 면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석에는 ‘필요적 보석’과 ‘임의적 보석’이 있는데,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기 때문에 필요적 보석 사유가 아니다”며 “필요적 보석은 징역 10년 이상이면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필요적 보석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임의적 보석을 통해 판사 재량에 따라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며 판사의 폭넓은 보석 재량권을 강조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구속만료일 보다 (오늘) 한달 먼저 풀려나면서 오히려 주거 등 제한이 많아 불리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돌연사 위험 등 건강상의 이유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점이 보석 허가에 주효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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