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월가의 신흥국 펀드가 쏠쏠한 수익률을 올려 시선을 모으고 있다.
블랙록과 T 로우 프라이스 등 월가의 대형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신흥국 펀드가 올들어 급반전을 이룬 것. 베네수엘라 채권이 해당 상품의 공통 분모로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당 지지자들이 마르코스 페레스 지메네스 독재정권 종식 6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반(反)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 반대 집회를 벌였다. [카라카스 로이티=뉴스핌] |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톤 하버의 12억달러 규모 이머징마켓 채권 펀드가 올들어 5.9%의 수익률을 올렸고, 마이크 코넬리우스가 운영하는 60억달러 규모의 T로우 프라이스 이머징마켓 채권펀드도 5.4%의 수익률을 냈다. 블랙록의 신흥국 채권펀드 역시 같은 기간 5.2%의 쏠쏠한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호조의 비결은 베네수엘라 채권이라는 분석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 시위가 불 붙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앞세운 후안 과이도 야당 지도자가 신임 대통령에 집권, 경제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면서 베네수엘라 장단기 국채 및 국영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가 두 자릿수의 상승 기염을 토했다.
베네수엘라에 베팅한 펀드의 수익률은 JP모간이 집계하는 전세계 신흥국 채권 지수의 상승률인 3.8%를 크게 앞질렀다.
콜롬비아 스레드니들의 에드워드 알-후사니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들 펀드의 운용 성적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 삭스 애셋 매니지먼트도 반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국영 석유업체 PDCSA의 회사채를 8억6500만달러에 사들인 이후 이어졌던 비판의 목소리가 채권 강세에 잠잠해진 것.
당시 골드만의 투자가 마두로 정권에 돈 줄을 제공하는 셈이라며 베네수엘라 야권은 물론이고 미국 정치권에서도 날을 세웠지만 골드만은 극심한 경기 불황과 이에 따른 고통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PDVSA의 채권을 매입한 GS 이머징마켓 채권 포트폴리오와 골드만 삭스 이머징마켓 채권펀드는 올들어 각각 4.8%와 5.1%의 수익률을 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7년 11월 거의 모든 채권에서 디폴트가 발생한 한편 미국의 제재가 맞물리면서 망연자실했던 투자자들은 손실 회복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공격적인 추격 베팅을 경계하고 있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샤마일라 칸 이사는 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와 이에 따른 경제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누구도 알 수 없다”며 “베네수엘라 채권의 상승 모멘텀이 지속되려면 정국 혼란의 해소가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