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속보

더보기

미투 바람도 피해가는 '인권 사각지대'...미아리텍사스

기사입력 : 2018년06월06일 07:00

최종수정 : 2018년06월07일 09:53

세상에서 소외된 '절실함'만 남은 서울의 달
경찰 손님인척 함정단속, 강압수사에 이중고
용산 청량리 영등포 등 모두 재개발...여전히 하세월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의 여당 소속 한 자치구청장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그 곳'을 '소돔의 형벌을 받을 곳'이라고 했다. 구청장이 되려는 여당 후보자는 문자메시지와 SNS 등을 통해 '그 곳'을 '악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소돔은 구약성서 창세기 19장에 나오는 팔레스티나 사해 인근 도시다. 성적 문란과 도덕적 퇴폐 때문에 하느님의 노여움을 샀다. 인근의 고모라 등과 함께 '유황불 심판'으로 멸망했다. '소돔과 고모라'라는 말은 '죄악의 도시' '말세'를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사회전반적으로 불어닥친 미투(Me Too) 운동도 '소돔의 형벌을 받을 곳'은 피해가는 듯 했다. 그 곳에는 아직 '여성'들이 둥지를 틀고 숨죽이며 살고 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정말 절실한 사람들”이라는 말에 업주들도 “그래 맞아”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미투 운동에서도 소외된 '그 곳'은 ‘미아리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집창촌이다.

'미아리 텍사스촌'이라고 불리는 집창촌의 모습. 2018.06.05. kmkim@newspim.com <사진=김경민 기자>

'성매매방지특별법'(성매매특별법)이 실시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이곳은 350여 개의 업소가 있었다. 호황을 이뤘다. 일대 상인 대표 단체인 88정화위원회의 유태봉 위원장은 “요즘 같이 날씨가 풀리면 오후 8시만 돼도 손님이 꽉 차있었다. 주말엔 손님들끼리 치어서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88정화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그 땐 간판 불을 다 켜놔 골목이 환했다. 호황기 땐 종업원을 30여 명까지 고용한 곳도 있었다. 한 업소 당 ‘마담(호객 행위 하는 여성)’도 2~3명씩 고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로등 불만 골목 사이사이를 비추고 있다. 정화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요샌 단속이 심해져 불을 꺼놓기도 하고 실제 빈 집도 많다”면서 “지금은 종업원이 2~3명 정도 있고 1명 있는 곳도 많다. 또 요샌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업주가 마담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기억했다.

5일 밤 12시쯤 찾은 '미아리'에서는 인적이 끊겼다. 1990년대 초반 이곳에 들어온 업주 A씨는 “호황기 땐 하루에도 몇 백만 원씩 수입이 있었다. 지금은 주말조차 손님이 없는 날도 있어 가게 유지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88번지에서 5년여 동안 업소를 운영해온 B씨는 “개시를 못 하는 날이 더 많다. 미아리가 재개발 한다고 하니까 다들 없어진 줄 안다”고 의견을 보탰다.

미아리텍사스는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종암경찰서에 따르면 2018년 2월 기준 87개의 업소가 영업중이다. 일대 업계에선 60여 곳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성기 대비 약 80%가 사라진 셈이다.

한 관계자는 “1차로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많이 빠졌고 2차로 10년 전 재개발을 시작했을 때 많이 나갔다. 신종 퇴폐업소가 생긴 것도 한 몫 거들었다”며 “재개발이 되면서 1구역은 현재 3곳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재개발로 현재 업소 대부분은 월세를 내지 않고 있다. A씨는 “집주인들이 우리가 오고 갈 데가 없으니 집세를 안 받는다. 집세를 안 받아도 하루에 10원도 안 들어올 때가 많다.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과 영등포집창촌은 재개발이 끝난지 오래다. 인근 '청량리588'도 재개발이 속도를 낸다. 하지만 미아리텍사스는 재개발도 기약이 없다.

그들은 미아리를 '종착지'로 표현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 위원장은 “절실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장애인, 극빈자, 혼자사는 사람들이 주로 온다”고 말했다. C씨는 “내가 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여기는 없어지면 안 될 것 같다. 그 사람들은 고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게다가 솔로들은 훨씬 늘어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길음역 10번 출구에 위치한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촌' 입구 모습. 2018. 05. 31. kmkim@newspim.com <사진=김경민 기자>


말 못할 고충도 있다. 다들 외면하는 사이 미아리텍사스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됐다. 또다른 관계자는 “우린 개 돼지와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원회 관계자는 “종업원들이 피가 날 정도로 맞아도 치료비도 못 받고 도리어 돈을 주는 경우도 꽤 있다. 모욕은 모욕대로 당하지만 신고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한 종업원은 “맞아도 어디다 말도 못 한다.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손님들이 매우 많다”며 “휴대전화를 일부로 던져서 파손시킨 뒤 고가의 신형 휴대전화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야말로 엽기”라고 토로했다.

함정단속과 강압수사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5월18일에는 300여명이 모여 미아리텍사스를 관할하는 서울 종암경찰서 앞에서 함정 단속·강압 수사의 부당함을 규탄하는 시위를 가졌다.

유 위원장은 “단속하는 건 당연히 맞다. 그걸 항의하는 게 아니라 직원인 척 가장해 함정단속을 하고 강압수사를 하는 게 문제라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C씨는 “경찰이 손님으로 가장해서 돈까지 다 내고 종업원과 방까지 들어간다. 목욕탕 문을 열기도 하는데 이건 인격 모독이다”라고 했다.

관계자 또한 “신종 퇴폐업소들은 기업형이고 여긴 생계형”이라며 “불쌍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함정 수사 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격적으로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같은 성매매특별법에 적용 받는데 미아리는 보인다는 이유로 함정 수사까지 하고 신종 퇴폐업소는 보이지 않아 어렵다는 이유로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며 “성매매특별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성매매특별법은 ‘풍선효과’만 낳았다"며 "집창촌은 사라졌지만 성매매는 은밀히 이어지고 (인권 사각지대인) 이곳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mkim@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광명역 일대 지반 안전한가? [수원=뉴스핌] 박승봉 기자 = 수도권 핵심 교통 허브인 광명역 일대에서 지하 개발과 관련한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공사현장에서 지하터널이 붕괴되고 상부 도로 약 50m 구간이 함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13시간 만에 구조되고, 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광명시 소하동 소재 KTX광명역이 13일 오후 2시쯤 많은 비로 신안산선 공사장 흙탕물이 역사에 유입돼 침수됐다. [사진=뉴스핌 DB] 신안산선 공사장 지반침하 징조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있었다. 당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신안산선 공사 구간에서 대량의 토사와 빗물이 유입돼 광명역 지하 구간 일부가 침수된 바 있다. 상당량의 토사와 빗물 유입으로 광명역 내 승강장 내 배수로가 막히면서 일부 구간 운영이 지연되고, 수일간 정비 작업이 이어졌다. 이처럼 동일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침수 피해는 공사장 주변 배수 시스템의 구조적 미비와 비상 방재 체계에 대한 안전점검이 부재했기 때문에 이번 붕괴사고까지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10여 년 전인 2013년 12월에는 같은 광명역 인근 코스트코와 광명역 사이의 신축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도 유사한 대형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지름 50m, 깊이 28m의 싱크홀이 발생했고,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2013년 12월 광명역 인근 신축 공사장 대형 싱크홀. [사진=TV조선 켑쳐] A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B교수는 "국내에서 최근 싱크홀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주로 개발을 위한 공사 때문에 발생하는 인위적인 현상"이라며 "공사를 하면서 땅속에 있던 지하수들이 빠져나가게 되고, 이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붕괴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고 모두 공통적으로 지하 대형 구조물의 중첩 시공, 연약한 지반, 민간 주도의 공사 진행, 사전 위험 관리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신안산선 공사는 민간투자방식(BTL)으로 추진되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 중심의 공정 관리 체계에 대한 공공 감시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C대학교 토목공학과 D교수는 "광명역 일대는 GTX-B, 신안산선, KTX, 수도권 전철 등 수많은 고심도 교통망이 집중된 지역으로, 지하 안전 통합관제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시공이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관리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광명시와 경기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특별 안전관리지구 지정과 더불어 다중 공공사업이 중첩되는 지역에 대한 통합 공정 및 안전 감리 제도 마련을 국토교통부에 공식 건의할 방침이다. 11일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공사현장에서 지하터널이 붕괴되고 상부 도로 약 50m 구간이 함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전문가들은 "지하 안전은 일회성 대응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공공 감리 강화, 사전 토질 정밀조사 의무화,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명확화 등 전면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고들이 단지 하나의 '공사장 사고'나 '기상이변'으로 묻히지 않기 위해서는 반복된 붕괴와 침수의 경고를 중대재해로 인식하고 지하도시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 수립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41world@newspim.com 2025-04-12 19:08
사진
오세훈, 대선 불출마 선언 "백의종군"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보수의 대선주자로 꼽혔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12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당사 기자회견장에서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와 함께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달라"라며 "우리당이 부자와 기득권의 편이라는 낙인을 극복하고 뒤처진 분들과 함께 걷는 정당으로 거듭난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국민께 다시 우리를 믿어달라고 간곡히 호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뉴스핌DB] 다음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지난 몇 달간 나라 안팎의 사정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습니까.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국정이 중단되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통렬히 반성하며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책임, 당정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책임국민의 온도를 체감하지 못하고 민심을 오독한 책임은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 나눠 가져야 할 부채입니다.당을 오래 지켜온 중진으로서 저부터 반성하고 참회합니다.지금의 보수정치는 국민 여러분께 대안이 되기는커녕 짐이자 근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우리가 지킬 대상은 특정 개인도 세력도 진영도 아닌국가 공동체여야 합니다.국민이 맡긴 권력을 정권 재창출의 수단으로만 쓸 일이 아니라,국민 통합과 공동의 번영을 위한 도구로 써야 합니다.그래야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국민께 다시 신뢰를 받는 보수로 환골탈태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길입니다. 대통령 탄핵이 선고되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 무렵부터 저는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에 얹은 마음으로몇 날 며칠간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했습니다.과연 지금이 시장직을 중도에 내려놓을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로나서야 할 때인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결국 '국가 번영'과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보수의 소명을 품고 대선에 나서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습니다.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보수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하지만 국민이 다시 보수에 국정을 책임질 기회를 주시려면책임 있는 사람의 결단이 절실한 때라고 판단했습니다.국민이 진심으로"보수가 새롭게 태어났다, 기대할 수 있겠다"고 체감할 수 있다면 미약하게나마 제 한 몸 기꺼이 비켜드리고 승리의 길을 열어드려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오만이 횡행해 우리 정치가 비정상이 됐는데,평생 정치 개혁을 외쳐온 저마저 같은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오늘,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습니다.정치인에게 추진력은 물론 중요한 덕목이지만, 멈춰야 할 때는 멈추는 용기도 필요합니다.비록 저는 출마의 기회를 내려놓지만, 당과 후보들에게는 딱 한 가지만 요청드립니다.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주시기 바랍니다.살가죽을 벗기는 수준의 고통스러운 변화를 수반하지 않으면 보수 재건은 요원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우리 당이 부자와 기득권의 편이라는 낙인을 극복하고뒤처진 분들과 함께 걷는 정당으로 거듭난 후에야비로소 우리는 국민께 다시 우리를 믿어달라고 간곡히 호소할 수 있습니다. 사안마다 표 득실을 따져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갈등을 조장하고 증폭하며 한쪽을 배제하는 비정상 정치의 시대를 넘어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며약자의 삶을 보듬고 대안을 고민하는 정상 정치의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그리고 보수정당이 그 길에 앞장서야 합니다.기승전 '反이재명'을 넘어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 대선을 치러야비로소 국민의 화가 녹아내리고 기회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이러한 저의 비전과 함께 해주시는 후보는마음을 다하여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습니다.보수의 일원답게 중심을 지키고 계속 '국민의 삶'을 챙기겠습니다.더 절실한 마음으로 약자 동행의 가치를 완수하기 위한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서울시장으로서 늘 그래왔듯이 수도 서울을 반석과 같이 지키며 번영을 이룸과 동시에시민의 일상을 챙기고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약자의 삶을 보듬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그것이 서울시장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dedanhi@newspim.com 2025-04-12 11:3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