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실수하면 큰일나는 작품이니까 긴장을 놓을 수가 없네요."
배우 이주승(29)이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연극 '킬롤로지(Killology, 연출 박선희)'를 통해 폭력에 의해 희생된 '데이비'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지난 17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킬롤로지'는 동명의 온라인 게임과 동일한 방법으로 아들이 살해된 후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는 아버지, 게임을 개발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개발자, 게임의 처참한 희생자 세 명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 사실 이주승은 처음에는 출연을 거절했다.
"처음에는 작품을 보고 이해를 아예 못했어요. 그런데 안 하면 진 것 같고, 도전이라고 생각했죠. 또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식과 독특함 때문에 끌렸죠. 연극이 개막이 두 달도 안 남았을 때 합류했는데, 제 대사만도 27페이지가 넘었죠. 저한테 맞게 바꿀 건 바꾸면서 테이블 작업을 오래했어요. 연습 시간이 굉장히 힘들었죠.(웃음)"

작품의 독특한 점은 무대에 오르는 세 사람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세 사람의 독백은 마지막에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이주승은 "가장 큰 문제는 누구한테 얘기하고 있는지 결정하는 거였다"고 힘들었던 점을 털어놨다.
"누구에게 말하느냐에 따라 목적이 달라지고 이야기를 계속하는 힘이 달라져요. 무작정 관객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래서 인물이 말하는 이유를 찾고, 그 부분에 접근하면서 어떻게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 시도해보고 단어 선택도 바꾸면서 연출님과 많이 조율했죠."
극은 인물이 바뀔 때마다 이야기의 주제가 달라지고, 감정도 달라진다. 그 과정이 매우 독특하고 낯설기 때문에 준비하던 배우들도 어려웠고, 관객들에 대한 걱정도 많았단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공연을 하다보니 관객분들께서 잘 이해하시더라고요. 저희가 말하는 대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공연을 하고 나서 의심들이 다 사라졌어요.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이해하고, 또 놓치면 안되는 생각 때문에 더 집중하시는 것 같아요. 저희끼리는 상대방의 꼬리를 문다고 해서 전 사람이 넘겨주면 그 에너지를 이어 받아야 해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요. 독백과 독백을 받아주는 호흡이 있어야 해서 며칠간 그것만 중점적으로 고민하기도 했죠. 차이를 줄이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했어요."

이주승이 맡은 역할은 게임에 희생되는 '데이비'. 데이비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어머니의 무관심 아래 삐뚤어지면서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극 중 욕도 많이 하고, 폭력적인 거친 인물이지만 사실 부모의 애정을 원하는 유약하고 안타까운 소년이다.
"극에서 데이비는 나이에 따라 성장하는 과정이 다르고 성격도 달라져요. 극 초반에는 바닥에 가라앉은 차가운 데이비였는데, 그래도 뜨거웠던 기억이 있었으니 극 후반에는 섞이면서 조금 달라지는 거죠. 아버지의 상상 속에 등장한 데이비를 표현할 때, 장율 형은 조금 더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된 데이비를 표현한다면,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격이 더러운 데이비에요.(웃음) 제가 못 받아들이겠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장율 형과 해석이 다른 것 같아요. 데이비는 캐릭터 해석의 여지가 많아서 재밌는 것 같아요."
극 중 데이비는 결국 게임 '킬롤로지'와 동일한 방법으로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그러나 이주승은 살인을 행한 가해자가 있긴 하지만 또다른 가해자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바로 부모다.
"사실 데이비가 살인을 당하던 날, 아버지를 만나요. 다른 아이에게 한 번도 본 적 없던 미소를 보고 괴로워하죠. 게임을 따라한 가해자가 있지만, 결국에는 아버지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엄마도 마찬가지에요. 조금만 관심이 있고, 아이에 대해 알았다면 그런 일이 안 생겼을 거에요. 어른으로서 책임감만 행하고 있지, 아이에게 진심어린 관심을 주지 않았어요. 조금만 애정이 있었다면 데이비는 잘 컸을 수도 있죠."

어떤 배우들은 눈앞의 관객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주승은 관객이 있어야 오히려 더 힘이 난다고. 때문에 연극이란 장르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는 작품에서 주는 메시지, 캐릭터 등이 작품 선택의 기준이라고 밝혔다.
"관객이 없으면 의지가 안 생겨요. 관객이 절 보고 집중해야 오히려 더 에너지가 생기죠.(웃음) 연극은 배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응집한 장르인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브로 하는 것, 감정을 끊지 않아도 되니까 힘들지만 재밌죠.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확실하고,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내용이 좋은 것 같아요. 또 흥미로운 역할, 새로움을 드러낼 수 있는 역할도 중요해요. '스파이더맨'처럼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네요.(웃음)"
지난해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대중과 만났던 이주승은 올해도 쉴 틈이 없다. 연극 '킬롤로지'는 물론 드라마, 영화를 통화 색다른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이주승.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되는 배우다. 연극 '킬롤로지'는 오는 7월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연기를 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추측하지 말아라'에요. 지난해 '시골경찰' 때 너무 리얼로 찍어서 힘들지도 했지만 재밌었어요. 다른 직업으로 살아보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덕분에 경찰 역할을 할 때 더 자신감이 생기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킬롤로지'를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게 가장 커요. 여러 실험을 해보면서 어떻게 하는게 효과적인지 알게 된 것도 감사하죠. 우리 모두 어른이 될 거잖아요.(웃음) '킬롤로지'를 통해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hsj12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