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조사 결과 '14가지' 비리 드러나
일한 학생은 5만원 '눈물'..일 안한 총장은 2억원 '꿀꺽'
교육부, 총장 해임 요구·경찰 수사 의뢰
서울예대 “이의제기..총장 해임 검토”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총장은 50년간 학교를 개인 사업체로 생각했다.”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비상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대학 총장의 산적한 비리 실태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 관계자가 제보해온 유덕형(80) 서울예대 총장의 비리 의혹은 그야말로 '종합세트'를 떠올리게 했다.
입학전형료 부당 지급, 국가보조금 부당 집행, 기자재 구입 등 특성화전문대학 육성 사업비 부당 집행은 물론 목적 외 해외연수, 법인 재산 부적정 관리, 교원업적평가 전횡 등 비리 내용은 하나같이 심각했다. 이 중 교육부가 실태조사로 확인한 위법·부당 사항만 총 14개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서울예술대학교 캠퍼스 모습 2018.05.11 beom@newspim.com |
◆교비로 ‘해외 가족여행’...입학전형료 ‘수당파티’ 의혹까지
서울예대 학생들의 공분을 산 대목은 유 총장이 입학전형료로 ‘수당 파티’를 벌인 사실이다. 교육부 감사 결과 지난 2014~2016년 응시생들로부터 거둬들인 입학전형료 중 2억여원이 입시 업무와 관련 없는 총장을 비롯한 보직자들에게 돌아갔다.
비대위 관계자는 “학생들은 입시 시즌마다 학교 요구로 동원돼 무대 세팅이나 실기 시험 안내요원 등 잡일을 하면서 하루에 고작 5만원을 받았다”며 “입시 관련 일을 전혀 하지 않은 총장과 측근들이 2억원 넘게 챙겼다니 분개하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유 총장은 또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인도네시아 등 5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출장목적과 무관한 일정으로 예산을 낭비했다.
당시 총장의 해외 출장에는 모두 부인(법인이사)과 아들(교학운영처장)이 동행했다. 이 과정에서 부인의 식비 200여만원은 교비로 결제됐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교직원 신분이 아닌 부인이 체제비를 지급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학생들은 다 총장 일가의 가족여행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총장의 해외 출장과 관련된 비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길게는 45일간 해외출장을 가면서 업무와 상관없는 외부인 비용까지 교비로 대줬다. 2016년 영국 연수 취소 과정에서는 취소 수수료를 부당하게 사업비로 집행했다.
서울예술대학교 2018.05.11 beom@newspim.com |
◆절차 무시해가며 고가 악기 구입..관련 수업은 ‘유야무야’
서울예대는 2016년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비에서 관리지침을 위반, 실험실습운영위원회 심의 없이 2억원이 넘는 그랜드피아노도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강하게 반대하던 한 교수는 학교로부터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해 사업계획에 없는 약 1900만원 상당의 인도네시아 악기를 구입했으며, 지난해 역시 사업계획서에 미포함된 인도네시아 기자재를 구입하는데 3100여만원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
모두 절차를 위반했을 뿐더러 문서 위조·조작 의혹, 인도네시아 업체와 총장 일가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학생들이 원하는 사업도 아니었고, 그 인도네시아 악기들은 현재 창고에 쳐박혀있다”며 “악기 사용한답시고 학교가 강좌를 개설했는데 내용이 엉망이라 수업참여율이 낮은 상태”라고 씁쓸해했다.
서울예술대학캠퍼스 설립자 동상 앞 계단에 붙여진 문구 2018.05.11 beom@news.com |
◆교육부 총장 해임 요구..서울예대 “이의제기할 계획”
교육부는 이런 서울예대의 비리가 구체적이고 심각하다고 판단, 지난 9일 유 총장의 해임과 관련자 47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유 총장에 대해서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또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비 2억여원을 포함한 부당 집행 금액 총 6억5800만원을 회수 조치할 예정이다.
이에 서울예대 측은 “교육부 실태조사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다만, 실태조사 중에 교육부 담당자들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 내용들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장의 출장과 관련한 부분은 매일 작성하는 일일보고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근거로 소명할 것”이라며 “총장 해임 요구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