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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공기업 퇴직자 경력증명서 위조 '만연'..1조원대 공사 가로채

기사입력 : 2017년12월20일 15:00

최종수정 : 2017년12월20일 15:00

건설기술자 5275명 중 1693명 경력증명서 위조
전북도청‧농어촌공사 출신 가장 많아

[뉴스핌=서영욱 기자]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 퇴직자들이 경력증명서를 위조해 재취업한 회사에서 부당하게 공사를 수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퇴직자 3명 중 1명꼴로 경력증명서를 위조했고 이들이 부당하게 수주한 공사비만 1조1000억원에 달했다. 전라북도청과 한국농어촌공사 출신이 가장 많았다. 

정부는 경력관리 전산 시스템을 도입해 허위 경력증명서 발급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2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국 지자체와 9개 공기업을 퇴직한 건설기술자 5275명 중 1693명이 경력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았다. 부패예방감시단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퇴직 건설기술자 전수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9개 공기업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환경공단이다. 

허위 경력증명서 발급자 중 고위직 퇴직자 비율 <자료=국토교통부>

점검 결과 5275명의 퇴직자 중 32%인 1693명이 허위 경력증명서를 발급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 20명의 허위 경력증명서는 지자체나 공기업의 직인까지 위조해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기술자의 경력증명서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기술 용역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에서 평가 자료로 활용된다. 참여기술자에 대한 평가 점수가 전체 PQ 점수의 40~50%를 차지해 낙찰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지난 2014년 5월부터 이들이 취업한 219개 업체가 허위 경력증명서를 활용해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수주한 공사는 총 1781건이다. 금액으로는 총 1조1227억원 상당이다. 

부패예방감시단 관계자는 "건설용역 수주를 위해 PQ 점수를 높게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참여기술자 평가점수가 높아야 한다"며 "이 때문에 참여기술자의 경력과 실적을 부풀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허위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은 사람의 퇴직 당시 직급은 지자체의 경우 3~5급 관리직이 1070명 중 798명으로 74%를 차지했다. 공기업은 본부장과 1,2급 관리직이 623명 중 422명으로 67%에 달했다. 

허위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은 사람의 근무지는 지자체 중 전북도청이 14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도청 128명 ▲서울시청 123명 ▲전남도청 114명 ▲충북도청 113명 순이다. 

공기업 중에서는 농어촌공사 출신이 17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LH 140명 ▲서울교통공사 111명 ▲환경공단 57명 ▲코레일 44명이다. 

허위 경력증명서로 따낸 금액은 경기도청 출신이 1600억원으로 지자체 중 가장 많았다. 공기업 중에서는 LH 출신이 2245억원의 공사를 부당하게 가져갔다. 

허위 경력증명서를 활용한 용역 수주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은 허위 경력 건설기술자는 업무정지를, 이들이 취업한 업체는 용역 수주 취소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경력 확인을 소홀히 한 공무원은 징계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직인 위조 같은 확인서 위조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43명은 모두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는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해 내년 중 경력관리 전산 시스템을 도입해 허위 경력 증명서 발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다. 

시스템 도입 전까지는 지자체와 공기업, 경력증명서 발급 기간인 건설기술인협회에서 경력증명서 증빙자료를 철저하게 확인하도록 했다. 

고위직의 경우 실제 관련 업무를 수행하거나 관여한 정도에 따라서만 경력을 인정받도록 내년 중 고위직의 기술경력 인정기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지금 국장급 고위직은 주무관 같은 부하직원의 감독업무를 자신의 경력으로 100%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감독관의 관리업무는 '관리감독'으로, 상급자의 감독 업무는 '사업관리'로 구분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토부와 해수부, 국방부, 환경부, 농식품부 5개 중앙행정기관으로 실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 영역은 물론 민간 영역에서도 불공정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부패 유발 요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제도를 개선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이행에 만전을 기울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서영욱 기자(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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