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km 반경 내 선박 위치·속도·방향·충돌가능성 알림
시속 70km 비행속도 '스카이십'으로 주 ·야간 모니터링
[ 뉴스핌=성상우 기자 ] # 갑판 벽 화면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선박이 근처로 접근 중입니다"라는 경보 멘트가 나왔다. 관제 화면을 보니 좌측 카메라에 작은 요트가 옆으로 다가온다. 항로를 틀어 충돌을 피했다. 한숨 돌릴새도 없이 또 다른 선박이 접근해온다. 화면을 확인하니 접근거리는 65m, 충돌가능성은 3.54%다. 충돌위험 낮음을 확인하고 운항을 계속했다.
비용 부담으로 고가의 운항안전 장치를 갖추지 못했던 소형 선박 선주들이 앞으론 이같은 안전 솔루션을 저비용으로 갖출 수 있게 됐다. 충돌위험 예측 및 경보·가시거리 측정·선박 감시 등 기능을 통합 제공하는 KT의 해상 안전 솔루션을 25일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체험했다.
솔루션은 선박 충돌 사고를 예방하고 바닷길을 밝혀주는 '마린내비'와 해상 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 비행선 '스카이쉽' 등으로 구성됐다.
마린내비는 수많은 요트들이 혼잡하게 오가는 수용만 요트경기장 내에서도 배가 갈 길을 정확하게 안내했다. 마린내비가 표시한 전자해도엔 주변 선박들의 위치가 빠짐없이 표시됐고, 10km 반경 내 선박과의 거리가 알아보기 쉽게 나타났다.
각 선박의 속도와 진행방향, 인접거리 등을 분석해 충돌 가능성도 알려줬다. 배의 전후좌우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인근 해상의 현황도 고화질로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했다. 전자해도와 4개의 CCTV화면은 5면 분할 화면으로 관제화면에 나타났다.
실제로 요트 한척이 좌측에서 접근하자 "배 한척이 접근 중입니다. 주의해 주십시오"라고 경보 방송이 나왔다. 관제 화면 중 '좌방 카메라' 화면에 빨간색 불이 들어왔다. 이 화면을 통해 어떤 배가 접근하는지 확인했다. 화면의 정보는 선박과 항해에 관한 경험이나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한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표시됐다.
KT측은 이 기능에 대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수집한 주변 선박 위치·속도·방향 등 항해 정보를 마린 내비의 분석 플랫폼이 GPS 정보와 융합·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마린내비와 함께 선내 탑재되는 해무제거 솔루션은 짙은 해상 안개로 한치 앞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배가 갈 길을 밝혀준다. KT는 영상 분석 자료를 통해, 기상 악화로 50m까지 줄어든 전방 가시거리를 영상 화질 개선 등으로 160m까지 늘리는 장면을 보여줬다.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해무 정보는 빅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쳐 전자해도에 표시된다. 해상 구역별로 현재 어느 구역에 해무가 많고 각각 가시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등이 나타났다. 기상악화로 항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마린내비가 인근 해상 정보를 전자해도에 표시했다. <사진=성상우 기자> |
시선을 바다 위로 올리니 상공엔 길이 10m의 하얀색 비행체가 떠있었다. 해상 감시 임무를 맡은 '스카이쉽'이다. 이날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었으나 흔들리지 않고 비행했다. 시속 70km로 최대 8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조종자로부터 최대 25km까지 떨어질 수 있다.
강풍이나 폭우 등에 취약한 소형 드론보다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기상악화가 많은 해상에서 장시간 감시 업무를 맡기에 적절해보였다. 비행 거리와 시간이 짧은 드론과 인력·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헬기의 단점까지 모두 해결했다.
관제 화면에 요트 한 척이 잡혔다. 스카이쉽에 고화질 360도 카메라가 찍은 해상 현황 영상이다. 영상을 확대하니 배에 붙은 로고가 확인됐다. 시연 현장에 있던 기술관계자는 "고화질을 유지하면서 30배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카이쉽은 안정적인 비행능력과 고화질 카메라를 활용해 해상 안전 감시 전반에 활용될 전망이다. 열화상 촬영 기능으로 야간 수색 및 구조 작업도 가능하다. 그밖에 ▲불법 조업 어선 감시 ▲재해·재난 대비 경고 메시지 ▲산불 감시 ▲기름유출 및 적조 감시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KT가 25일 공개한 해상 안전 솔루션 패키지 <사진=성상우 기자> |
이번 솔루션은 KT가 그동안 구축해온 해상 LTE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현됐다. KT는 지난 2015년부터 979개의 해안 LTE 기지국을 증설, 해상 네트워크 커버리지를 넓혀왔다. 지난해엔 전국 도서지역 LTE 속도를 평균 82% 가량 향상시키는 '트래픽 스케쥴링' 기술도 적용했다. 이로써 현재 KT의 해상 LTE 커버리지는 육지로부터 200km 떨어진 바다까지 넓어졌다.
KT는 마린내비와 KT스카이쉽을 시작으로 모든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해상 안전 솔루션 개발을 지속한다. 기술력있는 중소기업들과의 협업도 확대해 '토탈 해상 안전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민간사업분야 외에도 초고속해상통신망 등 공공안전망사업을 제안해 국가 기간 안전 인프라 구축에도 기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내년부터 본격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성목 사장은 "마린내비와 스카이쉽 등을 묶어 패키지 상품으로 국내외 선사나 정부·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구상 중"이라며 "어업 및 해양산업이 발달한 일부 지자체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기반이 다져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