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해소 아니라 키운 것"...내년 3분기까지 영향
[뉴스핌=한기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국회 가결로 금융시장은 가장 좋지 않은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지게 됐다. 금융당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2004년3월)와 달리 내년 초까지 불안할 것으로 보고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시기 ▲ 개헌 ▲대통령 대행 권한 논란 ▲야당의 내각 총사퇴 공세 등 탄핵안 가결은 불확실성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9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일제히 뛰었다. 국채 1년물, 3년물, 5년물 금리는 1.58%, 1.73%, 1.93%로 전날보다 각각 0.007%p 0.02%p, 0.04%p 올랐다. 지난 11월부터 금리가 뛰기 시작해 이달 들어서는 하향 조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그 흐름을 되돌렸다. 국고5년물의 경우 지난 2일 1.97%를 찍은 뒤 8일 1.89%까지 떨어졌었다. 현재 금리수준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전(올 6월)인 작년 7, 8월 수준에 도달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4원 오른 1165.9원에서 마감했다. 코스피도 전날보다 0.31% 내리는데 그쳤고 코스닥는 오히려 1.66% 올랐다.
우려했던 금융시장 쇼크는 오지 않은 것.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2014년 3월 12일 하루 동안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70원 급등한 1180.80원으로 올랐고 코스피는 장중 47포인트(5.5%) 추락했다. 코스닥도 연중 최저치인 400선으로 내려섰고, 1년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그렇지만 모든 금융지표가 일주 일만에 회복돼 금융시장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서대일 미래에셋대우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탄핵 정국은 지난 2004년과 달리 경제에 미칠 시계 범위가 길어지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도 꺾였고 경제 지표도 좋지 않은데 탄핵이 가결되면, 빨라도 내년 4월까지 정책 공백이 생기게 돼 영향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당장 시장안정화 조치는 내놓지 않기로 했다. 9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한 뒤 오는 11일(일요일) 금융시장점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다음주 중 은행연합회장, 금융투자협회장, 생·손보협회장, 여신금융협회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등 금융단체 협회장과 만나, 시장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은행권에는 외화유동성 관련 ▲ 고유동성 외화자산 추가 확보 ▲ 외환 커미티드 라인 강화 ▲ 비상 외화조달계획 점검 등을 요구키로 했다.
또한 시장금리가 계속 뒤고 있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을 막기 위한 가계금리 현장점검을 금감원을 통해 진행한다.
특히 중소기업 자금난 악화를 막고 서민금융지원 축소에 대비한 은행권 대출 현황도 점검한다. 내주 중 대출 담당 부행장을 불러 메시지를 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을 최고책임자로 한 금융시장 비상상황실도 계속 가동한다. 매일 1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동향을 보고와 분석하고 국내외 금융회사, 신용평가사, 해외 투자은행(IB)등과 긴밀한 접촉을 늘린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즉시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없고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메시지를 주고 안심을 시켜주는 게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일 KDI 금융경제부 연구위원은 "탄핵 가결은 불활실성 해소가 아니라 더 키운 것으로 주가 등 금융시장이 흘러갈 방향을 제시할 만한 것도 없고 기업은 뇌물 등 특검으로 투자를 보류할 것"이라며 "유럽의 양적완화 지속 발표와 미국의 금리인상 등 우리나라 외환과 채권시장에 영향이 지속돼 장기금리 인상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등 불확실성이 대내외적으로 커지고 있어 관료들이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밖에는 대책이 없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