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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KB내홍 왜 반복되나, 외풍 ‘지주사’ 빈틈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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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김연순 노희준 기자] KB금융그룹이 내홍을 겪고 있다. 지주회사와 자회사인 은행이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의견충돌을 빚고 있다. 은행이 지주 이사회가 의결한 것으로 놓고 효력 정지를 법원에 제소했고 금융감독원에 자세히 조사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이쯤이면 모(母)회사에 대한 자(子)회사의 반란으로 비칠 만한 상황이다. 

◆ 회장과 행장 의견 충돌, 리더십은 어디에?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불완전한 금융지주회사 체제와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가 맞물린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맹점이 있다. KB금융처럼 지주사는 은행 지분을 100% 소유하지만, 지주와 은행에 각각 이사회를 두고 있어 의견이 대립하면 조정이 쉽지 않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행장은 전산시스템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 대해 "이사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에서는 특례조항으로 완전 자회사는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 있으나 은행법상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법에 근거해 은행들이 전부 감사위원회, 상임감사와 다수의 사외이사를 임명하고 있다. 자회사 독립경영 보장 등이 이유인데 그러다 보니 제도적으로 지주와 은행 간 독립된 목소리의 분출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지주회사의 문제점을 설명하지만, KB금융은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다.

KB금융 특유의 낙하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주회사 체제에서 리더십이 발휘되며 지금과 같은 정면충돌은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B금융의 사태는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각각 재정경제부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KB금융과 인연이 없었다. 이 때문에 임 회장이 이 행장을 사실상 선임한 게 아니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서로 다른 권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쪽으로 힘이 쏠리면 반작용이 생긴다는 해석이다.

실제 현재 KB금융과 국민은행 안팎에서는 이건호 행장의 목소리가 이번 사태의 사외이사들뿐 아니라 본부장들 사이에서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실제 지난 24일 이사회에 이 행장과 뜻을 같이하는 이는 정병기 상임감사위원밖에 없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실 이건호 행장은 전산시스템 도입을 관련한 SC(운영위원회)차원에서 (가격산정 조건 등의)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전산시스템 교체 안건을 지난달 24일 이사회에 부의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SC는 전산시스템 도입을 준비하는 실무단계의 최고의사 결정기구인데, 여기에는 현재 은행 부행장 등이 많이 포진해 있다. 부행장 등 임원에서 은행장 지시를 받기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 본부장들은 사실상 지주 차원의 결정으로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그룹 지주사의 계열사 경영관리규정에 따르면, 지주사의 사전협의 사항에 계열사의 경영진 임면이 포함돼 있어 제도적으로 지주의 입김이 허용되는데, 특히 이번 본부장들은 임 회장의 의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외풍 막은 조직, 안정적 경영 실적 유지

신한금융지주의 지난 2011년 회장 선임전(戰)은 ‘신한맨 VS 관료’의 대결이었다. 한동우 현 회장과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이 그들이다.

당시 신한금융은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권력 다툼으로 면역력이 크게 약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회장 자리를 노리는 외부인사도 많았다. 한택수 이사장은 재무관료 출신에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인 SBJ(Shinhan Bank Japan) 설립에 기여한 인연으로 회장 선임표를 가진 일본 교포 사외이사와 신 전 사장의 측면 지원까지 받아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반면 한동우 회장은 라 전 회장 측 지원도 있었지만 뿌리부터 ‘신한’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었다.  신한은행에서 인사부장, 종합기획부장, 부행장, 신한생명 사장 등을 거쳤다. 

표 대결을 벌인 결과 회장을 선임하는 특별위원회 위원 9명 중 교포와 신 전 사장 측 표는 한택수 이사장을 지지했다. 그런데도 한동우 회장이 선정된 배경은 일부 중립 성향의 표와 신 사장 측 일부 표의 지지를 받아서다. “외풍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가 통했다. 일단 관료에 CEO 관문이 열리면 계속해서 노려지기 때문에 ‘신한way’는 사라질 것이란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신한금융 전 임원은 “한동우 회장의 최대 성과는 외풍을 막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신한은 흔들림 없는 실적을 달성했다. 총자산이익률(ROA)을 보면 2011년 1.16% 2012년 0.83%, 2013년 0.66% 등으로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NH금융 등 경쟁사를 해마다 앞질렀다. 외풍을 끝까지 막아낸 성과가 무엇인지 증명한 사례다. 모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이 시스템이 돈을 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금융지주사 체제는 황제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일인자와 이인자가 대립하는 제살깎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와 김종렬 전 사장이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보여준 협업이 있다.

2012년 1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막바지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외환은행 주인이었던 론스타의 자본 정체를 문제 삼은 사회 일각의 비판도 많았다. 금융당국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도 미뤄지며, 외환은행 인수가 물거품이 될 위기였다.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고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빨리 받아내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모든 비판을 홀로 안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김종열 사장이 나섰다. 2012년 1월 11일 김승유 회장에게 사의를 밝혔다. 그는 “내가 강성 이미지로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사, 통합을 막고 있다.”, “내가 관둬야 통합작업이 잘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회장이 더 고통스러울 것, 내가 도와줘야 한다.”

황제경영으로 비판을 받는 김승유 회장이지만 조직이 가장 힘들 때 손을 들고 나서는 이인자가 있어 회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 금융당국, 지주회장-은행장 고질적인 갈등 고리 끊자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우도 행장 인선을 앞두고 잡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은행처럼) 외부로 문제를 드러내면서 제살깎기의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이렇다 보니 행장이 되고 나서도 조직이 정비되지 못하고 내부 균열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의 경우 캠프가 꾸려지면 내•외부로 마타도어(흑색선전)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유명했다"면서 "(전 행장을 포함해) 경쟁자간 투서는 심각한 수준이고 경영권 획득을 위해 KB의 문제를 외부로 드러내는 것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번 KB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의 갈등이 표면화됐지만,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선 이전부터 KB금융 내부적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권력다툼이 지속해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과거 정치권에서 전 지주회장과 행장을 꽂으면서 KB는 인사문제 등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점이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경영진이 중심을 잡고 가야 하는데 그게 깨지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지주회사에서 은행의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지주사 체제 자체의 문제점뿐 아니라 금융그룹 내부의 문화적인 측면도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어느 은행이건 행장 인선 때마다 투서 등이 횡횡하지만 KB의 경우 그 도가 지나쳤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을 프로야구 단장으로 비유했다. 지주 회장은 단장으로서 좋은 감독과 선수를 발굴하고 우승을 시키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하는데, 본인이 직접 감독처럼 경기에 관여하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지주 회장의 롤은 M&A나 사업전략 쪽에 초점을 둬야 하는데 이에 적극적이지 않은 지주 회장은 할 일이 없을 수밖에 없다"면서 "지주 회장은 고유의 경영전략을 짜고 글로벌 포지션 등을 고민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직 약하다"고 지적했다.

즉 지주 회장의 역할이 부재하고 권한과 책임이 분명치 않은 상황에선 자연스럽게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는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와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연내 금융지주 회장의 '황제 경영'에 제동을 걸어 지주사 체제의 제도적인 미비점을 보완해 간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 회장에게 공개적 권한 행사만을 허용하고 책임도 명문화하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다음 달에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금융지주 회장이 경영관리위원회나 위험관리협회를 거쳐 자회사에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금융지주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 자회사의 경우 사외이사도 없앨 방침이다.

지주사의 책임은 강화하되 권한은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행사하도록 하는 한편, 자회사의 사외이사가 금융지주의 대리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고리를 끊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지주회사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지주사 체제를 없애기보다는 미비한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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