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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삼성家, 더이상 법적분쟁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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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속에 담긴 메시지..이 회장에겐 '적통성' 부여

[뉴스핌=이강혁 기자]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두고 벌어진 삼성가 형제간 상속소송 선고공판에서 이맹희(84·전 제일비료 회장)씨의 항소는 '각하', '기각' 됐다.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완패한 것이다.

사실 이번 항소심의 판결은 더이상 법적으로 분쟁하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맹희씨의 재산분할 요구에 대해 원심보다 한발 더 나가 법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상속인들이 미필적인 인식 하에 양해하거나 묵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판시를 넣어 이건희(73) 삼성전자 회장의 적통성을 확실하게 못박았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놓고 맹희씨 측이 대법원 상고보다는 소모적인 분쟁을 마무리하고 법정 밖에서 화해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4부(윤준 부장판사)는 6일 이 창업주의 장남 맹희씨가 삼남 이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인도 청구소송과 관련,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맹희씨가 항소심에서 추가한 지분권 확인 청구 부분의 소를 각하한다"며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주식 인도청구 부분의 항소, 금전 지급청구 부분의 항소와 원고가 항소심에서 확장한 청구 및 항소심에서 추가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맹희씨는 항소심에서 이 회장에게 삼성생명 주식 425만9047주, 삼성전자 주식 33만7276주, 이익배당금 513억5000여만원 등 총 9400억원 규모의 재산인도 지급청구소를 제기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이 창업주가 나눠먹기식 재산분배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주력기업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이 회장에 대한 분재 대상으로 천명해 왔다"며 "맹희씨를 비롯한 공동 상속인이 이 회장의 경영권 행사에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차명주식의 존재를 미필적인 인식 하에 양해하거나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법정으로 다시 가져오지 말라는 강력한 재판부의 뜻도 일부 담긴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맹희씨에게 남은 과제는 분명해 졌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재벌가의 형제가 법정에서 가정사의 치부와 서로의 흠집잡기로 갈등을 키우지 말고 법정 밖에서 진정한 화해의 길을 모색하면 되는 것이다.

이 회장 측도 가족차원의 화해는 맹희씨 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대법원 상고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맹희씨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판결문을 검토해보고 의뢰인과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상고를 확정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지는 높게 남겨둔 셈이다.

CJ그룹 역시 상고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화우에서 (맹희씨와) 상의해서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맹희씨 입장에서 보면 원심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패배의 쓴잔을 마신 것은 적잖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맹희씨 발언 속에서는 배신감, 원망 등의 감정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이번 소송을 승리로 이끌어 자신의 응어리를 풀어보겠다는 생각은 명확하다.

그러나 맹희씨는 이런 감정과 함께 삼성가 장남으로써 '화해'를 통한 가족의 화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뜻도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항소심 막판에 '화해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언제든 어디서든 이 회장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그의 생각도 편지를 통해 공개됐다.

이런 맥락에서 CJ그룹 내에서도 소송을 상고까지 가지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법률대리인인 화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일부 들려온다.

현재까지의 CJ그룹 주장대로라면 이번 분쟁은 당사자인 CJ가 포기한 소송를 화우가 나서 맹희씨와 단독으로 접촉하고 도장까지 받아와 불을 지핀 상황이다.

복수의 CJ 관계자는 "화우에서 돈 이야기를 계속하는데 이는 CJ의 생각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화우가 화해 제안을 돈을 받아내기 위한 여론전으로 비춰지게 만드는 느낌이다", "화해가 우선이다"라는 말로 화우와의 선긋기에 바쁜 모습이다.

다만 대법원 상고 문제는 맹희씨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맹희씨의 경우 현재로서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법원에 납부한 인지대만 1심에서 127억여원, 2심 44억여원으로 총 171억여원에 달한다. 원심과 항소심에서 완패한 탓에 이 회장 측 변호인 비용까지도 맹희씨가 감당해야할 몫이 됐다.

해외를 떠돌며 야인으로 살아온 맹희씨가 어떤 자금으로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당하는 확인되지는 않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가족들이 소송을 비용을 지원하면 '증여'가 되고, CJ가 지원하면 '배임'이 되는 형국이어서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는 것은 쉽지않다.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완패한 맹희씨. 대법원 상고를 고민하기보다는 소모전을 끝내고 법정 밖에서 진정성 있는 화해의 방법을 찾고 삼성가 장남으로 화합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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