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구자욱은 8일 KT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3안타로 삼성 우승을 이끌었다
- 삼성은 KT를 4승 1패로 꺾고 2014년 이후 12년 만에 통산 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 구자욱은 시리즈 타율 5할과 6타점으로 기자단 MVP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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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왕조의 막내가 어느덧 팀을 이끄는 주장이 됐다. 삼성의 마지막 우승을 지켜봤던 구자욱이 11년의 기다림 끝에 직접 우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구자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에서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삼성은 KT를 12-1로 완파하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2014년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9번째 KS 우승을 차지했다.

구자욱은 이번 KS 5경기에서 타율 0.500(20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5득점, 3볼넷, OPS(출루율+장타율) 1.415를 기록했다. 5경기 모두 안타를 때려냈고, 승부처마다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
기자단 MVP 투표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총 97표 중 72표를 얻어 득표율 74.2%로 박승규(19표)를 제치고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원태인과 이승민이 각각 2표, 강민호와 아리엘 후라도가 각각 1표를 받았다.
하지만 구자욱의 MVP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뛰어난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삼성 왕조가 무너지는 순간부터 긴 암흑기와 재도약의 시간을 모두 겪었던 선수가 마침내 주장으로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구자욱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삼성은 KBO리그를 지배하던 최강팀이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정규시즌과 KS를 모두 제패하며 왕조를 구축했다. 그러나 구자욱은 그 영광을 직접 누리지 못했다. 입단 첫해에는 2군에서 시간을 보냈고, 2013년과 2014년에는 상무에서 군 복무를 했다.
구자욱이 1군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2015년, 삼성 왕조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그는 데뷔 시즌 116경기에서 타율 0.349, 143안타, 11홈런, 57타점, 97득점, OPS 0.951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삼성도 정규시즌 1위에 오르며 5년 연속 통합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KS에서 두산에 1승 4패로 패하며 왕좌를 내줬다. 구자욱은 당시 4경기에서 타율 0.267(15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그때만 해도 구자욱이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기까지 11년이 걸릴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삼성은 2016년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구겼다. 2021년 정규시즌 공동 1위에 오르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KT와의 1위 결정전에서 패한 뒤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두산에 2연패하며 탈락했다.
구자욱은 그 과정에서 팀의 중심타자로 성장했다. 이승엽을 비롯한 왕조 시절 선배들이 떠난 자리를 채우며 삼성 타선을 이끄는 얼굴이 됐다. 2024년에는 다시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이 PO에서 LG를 꺾고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상이 구자욱의 발목을 잡았다. 구자욱은 LG와의 PO 도중 무릎 인대를 다쳤다. 부상 정도가 심각해 KS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동료들이 KIA와 우승을 다투는 모습을 그라운드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삼성은 결국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5년에는 직접 뛰고도 우승하지 못했고, 2024년에는 팀이 KS에 올랐지만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2025년에도 삼성은 한화에게 패배하며 PO에서 탈락했다. 구자욱에게 KS 우승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목표처럼 보였다.
그리고 맞이한 2026년, 또다시 부상이라는 변수가 찾아왔다. 구자욱은 정규시즌 막판 햄스트링을 다쳐 포스트시즌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재활 끝에 PO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몸 상태는 완벽하지 않았다.
외야 수비를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없어 지명타자로 출전해야 했고, 주루에서도 통증을 감수해야 했다. PO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IA와의 5경기에서 타율 0.150(20타수 3안타)에 그쳤다. 그럼에도 1패로 밀렸던 2차전에서 중요한 역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팀의 반격에 힘을 보탰다.
KS에 들어서자 구자욱의 방망이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3일 수원에서 열린 1차전, 삼성은 0-8로 크게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7회초 구자욱이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무사 1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구자욱의 한 방 이후 삼성 타선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결국 7-8까지 추격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8점 차 열세에서도 상대를 끝까지 몰아붙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정규시즌 우승팀 KT의 마운드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4일 2차전에서도 구자욱은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삼성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을 원점으로 돌렸다.
대구로 돌아온 뒤에는 더욱 강해졌다. 6일 3차전에서는 2-1로 앞선 2회말 2사 1, 2루에서 KT 선발 소형준을 상대로 2타점 3루타를 터뜨렸다. 삼성이 초반부터 승기를 잡는 결정적인 장타였다.
7일 4차전에서도 1회말 볼넷을 골라 대량 득점의 발판을 놓았고, 7회말에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우승까지 단 1승을 남겨둔 8일 5차전에서 구자욱은 다시 한번 해결사로 나섰다.
삼성이 0-1로 뒤진 3회말 2사 1루, 구자욱은 KT 선발 데이비스 대니엘을 상대로 우익수 쪽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르윈 디아즈의 적시타가 나오자 불편한 다리로 2루에서 홈까지 달려 역전 득점을 올렸다.
5회말에는 선두타자 박승규가 상대 실책으로 출루하자 우전 안타로 기회를 연결했다. 삼성은 이 이닝에서만 8점을 몰아치며 11-1까지 달아났다. 구자욱은 8회에도 중전 안타를 추가하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한 뒤 대주자와 교체됐다.
정규시즌 타율 0.371과 출루율 0.458로 두 부문 1위를 차지했던 구자욱은 한국시리즈에서 타율을 5할까지 끌어올리며 최고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가치는 기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상적인 주루가 어려웠음에도 득점 기회가 오면 몸을 사리지 않았다. 더그아웃에서는 적극적인 세리머니로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박진만 감독도 구자욱의 변화를 높게 평가했다. 박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이 나를 닮아서 그런지 리액션이 별로 없었다"라며 "구자욱이 주장이 되고 리액션이 늘었다. 이런 선수들 덕분에 벤치 분위기가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과거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이승엽도 후배의 성장을 인정했다. 이승엽은 KS 3차전 시구를 위해 대구를 찾았을 당시 "구자욱이 이제 라이온즈의 진정한 리더가 됐다"라며 "저와 함께 뛰었을 때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지금은 팀을 이끌어가는 능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생각보다 더 큰 선수가 됐다"라고 칭찬했다. 왕조 시절의 막내였던 구자욱이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고 새로운 우승을 만들어낸 것이다.
2015년 신인왕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구자욱은 우승을 향해 도전하는 젊은 선수였다. 이후 삼성의 암흑기를 온몸으로 겪었고, 2024년에는 부상으로 KS를 지켜봐야 했다.
11년이 지난 2026년, 그는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다. 이번에는 신인이 아닌 주장으로, 우승을 꿈꾸는 선수가 아닌 우승을 이끄는 선수로 돌아왔다. 그리고 5경기 타율 0.500이라는 압도적인 성적과 함께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삼성 왕조의 마지막을 지켜봤던 구자욱이 마침내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우승의 역사를 썼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