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5일 미국 증시가 AI 투자 수익성 우려와 규제 공포로 급락했다
- 민주당의 데이터센터 규제 공약이 쌓인 불안에 마지막 충격을 가했다
- 반도체주와 AI 관련주가 급락하며 시장은 저가 매수 여부를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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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증시를 1년 넘게 끌어올린 인공지능(AI) 열풍이 흔들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나스닥100지수가 장중 5% 넘게 빠지며 하루에만 시가총액 1조8000억 달러를 날릴 위기에 몰렸다.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데이터센터 규제에 나설 것이란 공포가 방아쇠가 됐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의 뿌리가 더 깊다고 본다. AI 투자가 과연 수익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회의가 쌓여 있던 차에 선거가 그 불안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2시 10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대 급락하며 2만4411을 기록 중이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13% 내린 5만168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02% 하락한 7379를 가리켰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58.70% 치솟은 26.36을 기록했다.
이날 약세의 표면적 방아쇠는 중간선거다.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AI 산업을 규제해 데이터센터 구축이 지연될 것이란 'AI 딜레이' 공포가 투자자들을 반도체·AI주에서 밀어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의 뿌리가 선거 하나에 있지 않다고 본다. 선거는 이미 쌓여 있던 불안에 불을 댕긴 '마지막 못'에 가깝다는 것이다.
◆ 흔들린 전제…"AI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온다"
불안의 뿌리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다. 그동안 AI주의 높은 주가를 떠받친 것은 'AI 인프라 투자가 막대한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전제였다. 그러나 막대한 지출에 견줘 수익이 보이지 않자, 선거 전부터 그 전제에 금이 가고 있었다.
스위스쿼트뱅크의 이페크 오즈카르데스카야 선임 분석가는 "큰 그림으로 보면 AI 트레이드의 되감기"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지출을 조달하려 주식과 채권을 더 발행하는데, 둘 다 밸류에이션에 부정적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안이 이미 자리 잡은 상태에서 중간선거가 관에 박는 마지막 못이 됐다"고 평가했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로크는 "강세론의 초석이던 실적 추정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투자자들은 그 추정치가 어디서 다시 자리 잡을지 전혀 모른다. 명확성이 돌아올 때까지 위험을 줄이고 있는데, 그 시점은 한참 멀었다"고 했다.
50파크인베스트먼츠의 애덤 사한 최고경영자(CEO)는 하락이 이미 깊다고 본다. 그는 "AI 주식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숨은 약세장'에 이미 들어가 있다. 반도체 지수는 52주 최고가 대비 약 31% 내렸다"며 "애플 같은 대기업마저 투자수익(ROI)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AI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 기름 부은 정치…"뒷마당 반발"이 금리까지 흔든다
곪아 있던 불안에 기름을 부은 것이 데이터센터를 향한 정치적 반발이다. 이번 중간선거는 그 반발을 수치로 확인시켰다. 텍사스·오하이오·조지아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하거나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민주당 후보들이 주지사에 당선됐다. 텍사스의 지나 히노호사 주지사 당선인은 주(州)가 데이터센터 개발의 '무법천지'가 됐다며 주의회가 새 규정을 통과시킬 때까지 건설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오하이오의 에이미 액턴 당선인은 개발업체가 전력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환경·노동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는 조건부 건설 유예를, 조지아의 케이샤 랜스 바텀스 당선인은 신규 건설 중단과 전기요금·환경 영향 평가를 각각 내세웠다.
데이터센터를 제한하는 주민투표도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미국 10개 주에서 실시된 데이터센터 관련 주민투표 41건 중 40건에서 유권자들은 건설 금지, 개발 중단, 주민 승인 요건 강화 등 개발을 제한하는 쪽을 택했다. 오하이오주 그랜빌과 캘리포니아주 알함브라에서는 각각 82%가 건설 금지에 찬성했고, 일리노이주 졸리에트 타운십에서는 79%가 건설 허용에 반대했다.
FHN 파이낸셜의 윌 콤퍼놀 매크로 전략가는 "지금은 모든 것이 AI에 묶여 있고, 그것이 신용 수요와 경제 성장을 결정한다"며 "사람들은 이런 걸 자기 뒷마당에 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를 늦추라는 정치적 압력이 향후 몇 달간 금리의 최대 동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코프의 멜리사 브라운 투자결정리서치 글로벌 책임자도 "새로 당선된 일부 의원과 주지사가 AI 인프라 개발 속도를 늦추려 한다"며 "완전히 멈추진 못해도 어떤 둔화든 우려를 키운다. AI 성장 스토리가 인프라의 빠른 구축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AI 베팅' 심장부에서 가장 큰 낙폭
낙폭은 'AI 베팅'의 심장부에서 가장 컸다. 대형 반도체주로 구성된 지수가 10% 가까이 빠지며 2025년 4월 관세 충격 이후 최악의 주간을 향했고, 반도체주는 '약세장(베어마켓)' 진입을 눈앞에 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9.70% 급락해 6개월여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 AI 투자 과열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네오클라우드주도 폭락해, 코어위브가 12% 내리고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사상 최고로 벌어졌다. 네비우스는 15.2%, 데이터센터 운영사 어플라이드디지털·사이퍼·아이렌은 각각 14% 넘게 빠졌다.
AI와 멀수록 덜 빠졌다는 점이 이번 매도세의 성격을 보여준다. 필수소비재·헬스케어 등 방어주가 상대적으로 선방했고, 채권과 엔화·스위스프랑 같은 안전통화가 올랐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 수석시장전략가는 당장의 방아쇠와 구조적 원인을 구분했다. 그는 "지목되는 원인은 퀄컴과 ARM의 약한 실적으로, 펀더멘털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상기"라면서도 "주된 동인은 헤지펀드의 공격적 매도와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이다. 오늘은 감정적 매도세"라고 진단했다.
◆ "과도한 공포" 반론도…"막히면 캐나다·브라질로"
이날 시장 움직임에 지나친 공포가 반영됐다는 반론도 있다. 앤더슨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피터 앤더슨 설립자는 "이번 매도세는 부당하다"며 "데이터센터가 미국 대다수 주에서 막힌다 해도, 건설 현장 종사자들은 '상관없다, 캐나다나 브라질로 가면 된다'고 한다. 브라질은 유치하겠다고 전화로 묻고 있다. 우회로는 많다"고 말했다.
그래닛 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루스 자로 전무는 반발의 현실성은 인정하면서도 매도세를 과열된 반응으로 봤다. 그는 "데이터센터가 뒷마당에 들어서 전력망과 수자원을 압박하는 데 대한 반발이 클 것"이라면서도 "이미 승인된 데이터센터도 많다. 어제의 열광이 선거를 지나 앞유리를 보게 됐다는 안도였다면, 오늘은 그 열광을 재검토하는 날"이라고 평가했다.
관건은 저가 매수다. 지난 몇 년간 AI주는 급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다시 반등하기를 반복했다. 이번에도 그 힘이 작동할지, 아니면 '베팅'의 전제가 달라졌다고 본 장기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국면인지가 방향을 가른다.
웰스파고투자연구소의 사미르 사마나 선임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지금까지는 하락을 사는 것이 번번이 시장 상승으로 보상받아 왔다"며 "문제는 저가 매수자가 더 많은지, 아니면 스토리가 의미 있게 바뀌었다고 보는 장기 투자자가 더 많은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제는 저가 매수자의 승리였지만, 오늘은 장기 투자자 쪽이 더 무겁다"고 덧붙였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