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5일 남대문시장 스카프 아저씨가 독특한 판매 방식으로 화제가 됐다
- SNS 확산으로 방문객과 촬영자가 몰리며 패러디·AI 콘텐츠가 이어졌다
- 관심이 커지자 안전 우려로 영업을 쉬며 숏 팬덤 가능성이 제기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전문가 "이용자가 직접 프로듀서로"…'숏 팬덤'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오빠, 잘생겼어요!"
최근 서울 남대문시장 한복판에서 이 같은 환호가 이어지고 있다. 5일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은 가수도 배우도 아닌 이른바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다.
남대문시장에서 스카프를 판매하는 그는 손님에게 물건을 권하기보다 "과소비야", "사지 마"라며 오히려 구매를 말리는 독특한 화법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러한 모습이 짧은 영상으로 확산하면서 그를 직접 보기 위해 남대문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특히 "사장님, 잘생겼어요", "사장님, 잘 골랐어요?" 같은 말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도 화제를 모았다. 이런 장면이 SNS를 타고 확산하면서 관심은 특정 세대에 머물지 않았다. 현장에는 5060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이 몰렸고,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든 남성 촬영자들도 눈에 띄었다. 셀카봉으로 촬영하거나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관심은 그가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말투와 판매 방식을 따라 다른 물건을 판매하는 패러디 영상이 등장하는가 하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새로운 세계관 속 인물로 재구성한 영상과 노래 등 2차 창작물도 만들어지고 있다.
반응도 뜨겁다. 이날 오후 확인 기준 스카프 아저씨의 모습을 담은 영상 가운데 일부는 117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패러디와 AI 등 2차 창작 영상 역시 각각 68만 4000회, 10만 1000회 안팎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을 찾고, 다시 촬영해 올린 뒤 또 다른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매장이 문을 열 때면 스카프를 구매하려는 사람뿐 아니라 이른바 '성지순례'하듯 그를 직접 보고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스카프 아저씨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근황을 전했다. 지난 4일에는 '출근중'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주변에서 소통을 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어 게시물을 올렸다는 취지의 댓글도 남겼다. 별다른 말 없이 출근하는 모습을 담은 짧은 영상에도 공개 직후 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관심이 실제 현장으로 집중되면서 혼잡과 안전 문제도 뒤따랐다. 최근 영업 당시 점포 앞에는 많은 방문객이 몰려 휴대전화를 높이 들어 촬영하거나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머물렀고, 이 과정에서 인근 점포 앞까지 사람들이 밀집하면서 경찰이 출동했다.
스카프 아저씨는 이후 SNS를 통해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안전이 우려된다며 하루 영업을 쉬겠다고 알렸다. 앞서 안전사고와 주변 상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확한 개점과 마감 시간을 공개하지 않고 현장 상황에 따라 영업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좋아하는 대상을 직접 찾아가고 촬영·공유하는 적극적인 참여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되는 한편, 지나친 관심은 당사자의 생업과 주변 상인들에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온라인의 관심이 직접 방문과 촬영, 재창작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팬덤에서 나타나는 참여 방식과 연결해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덤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며 팬덤의 대상이 반드시 특정 직업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중이 각자의 이유로 좋아하고 따르고 싶은 대상을 직접 선택하는 만큼 시장 상인과 같은 일상의 인물 역시 팬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카프 아저씨가 주목받은 배경으로 기존 상인과 다른 판매 방식과 태도를 꼽았다.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판매하거나 상품을 과장하기보다 "많이 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사람이 몰리자 안전을 걱정하며 영업을 쉬는 등의 모습에서 대중이 진정성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번 현상에서는 대중이 단순히 콘텐츠를 보는 소비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직접 현장을 찾아 스카프 아저씨를 촬영하고 이를 다시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물론 그의 말투와 행동을 패러디하거나 AI를 이용해 새로운 콘텐츠로 재가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평론가는 대중이 이 과정에서 직접 '프로듀서'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소비자가 직접 프로듀서가 돼 이분 자체를 더 이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며 "그것을 찍어서 다시 재창작하고, 인기가 있으니 패러디하거나 밈으로 만드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별 참여 양상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김 평론가는 스카프 아저씨가 보여주는 시장의 화법과 풍경에 '레트로'적인 요소가 있다고 봤다. 과거 시장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장면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5060이 먼저 관심을 보이고, 이후 2030까지 관심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창작의 대상인 '뉴트로'로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을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자리한다.

유현재 교수는 이를 '미디어의 민주화'라고 표현했다. 유 교수는 "예전에는 그냥 유저들이었는데 지금은 프로듀서도 되고 유저도 되고 동시에 다 된다"며 "이런 환경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과거처럼 기존 미디어를 통해 유명인이 만들어지는 방식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발견된 인물을 이용자들이 직접 촬영하고 공유하면서 아래에서부터 영향력이 형성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스카프 아저씨를 두고 "스트리트에서 어떻게 유명인이 되는지 보여주는 인상적인 유형"이라며 콘텐츠가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 자체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5060 세대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가 아니다. 유 교수는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화되면서 과거보다 중장년층의 미디어 활용 능력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정 연령대만 콘텐츠를 생산하고 확산시키던 환경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대가 직접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AI의 확산은 콘텐츠 재생산의 문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유 교수는 이용자가 프로듀서가 되는 현상 자체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기술이 개입하면서 참여할 수 있는 저변이 훨씬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글로 지시하는 것만으로 이미지와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른바 '텍스트 투 에브리띵(Text-to-Everything)' 환경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일정한 기술과 숙련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진입 장벽 자체가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관심을 장기적인 팬덤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교수는 지속적인 팬덤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대상이나 주변 주체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스카프 아저씨를 둘러싼 현상을 굳이 표현한다면 '숏 팬덤'에 가깝다고 봤다. 새로움이 사라지면 대중의 관심 역시 다른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대문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풍경은 팬덤의 대상과 참여 방식이 이전보다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예인을 향하던 카메라가 시장 상인을 향하고, 이를 본 이용자들은 다시 패러디와 AI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누가 유명인인가보다 누구를 발견하고, 찍고, 공유하고, 다시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해진 시대의 한 장면이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