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앤스로픽이 26일 AI 반도체 장비를 직접 확보했다.
- 구글 TPU 기반 장비를 전용 데이터센터에 배치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객 확대와 협상력 강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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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포함 AI 가속기 직접 확보…전용 데이터센터 가동
메모리 업체 거래처 다변화로 가격 협상력 강화 기대
구글·AMD 등 멀티칩 전략에 삼성전자 공급 확대 기회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이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된 AI 반도체 장비를 직접 확보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구글 같은 반도체·클라우드 업체를 거쳐 연산 자원을 빌려 쓰던 AI 개발사가 장비 조달의 주체로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고객 기반을 넓히고 HBM 가격 협상력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앤스로픽이 쓰는 반도체 가운데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구글·AMD 진영 HBM 공급에 강점을 보여온 삼성전자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라는 평가다.

◆ 클라우드 빌려 쓰던 앤스로픽…AI 장비 직접 확보
앤스로픽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앤스로픽 다이렉트(Anthropic Direct)'라는 새 조달 방식을 도입했다. 그동안 아마존과 구글 등 클라우드 업체에서 AI 연산 자원을 빌려 썼지만, 이제는 장비를 직접 확보해 전용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하는 방식도 병행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첫 전용 데이터센터는 올해 가동을 시작했다.
앤스로픽은 증권신고서에서 "AI 가속기와 중앙처리장치(CPU), HBM 등 관련 부품을 마스터 장비 리스 계약을 통해 조달하고, 이 장비를 전용 데이터센터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브로드컴과 맺은 5년 만기 장비 리스다. 리스료 총액은 약 1612억달러(약 213조원)로, 앤스로픽이 공개한 단일 계약 가운데 가장 크다. 이 계약으로 구글 TPU 기반 연산 자원을 확보했으며, 일부는 올해부터 가동 중이고 내년부터 추가 물량이 순차적으로 들어온다.
앤스로픽은 "전체 약정 지출의 상당 부분이 이 같은 직접 조달 방식과 관련돼 있으며, 그 비중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AI 장비의 최종 사용자인 앤스로픽이 조달 과정에 더 깊이 참여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메모리 업체들은 주로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기업에 HBM을 공급해 왔다. 앞으로는 AI 개발사가 필요한 장비와 부품의 종류·물량을 정하는 데 더 큰 역할을 맡게 되면서, 메모리 업체와 협의할 여지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앤스로픽의 리스 계약 상대방은 브로드컴이다. 앤스로픽이 메모리 제조사와 직접 공급 계약을 맺었는지는 신고서에 나오지 않는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 장비를 확보하는 계약 형태가 다양한 만큼 메모리 업체와 직거래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현재는 엔비디아 점유율이 높지만 다른 AI 반도체의 비중이 얼마나 커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앤스로픽은 엔비디아에만 의존하지 않는 '멀티칩' 전략도 공식화했다. 엔비디아와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구글 TPU, 아마존 트레이니엄을 함께 쓰고, 작업별로 가격과 성능을 비교해 연산을 배분한다.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하면서 AI 서비스 운영비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계약 구성에서는 엔비디아가 아닌 구글 TPU가 가장 크다. 신고서상 주요 컴퓨트 계약을 칩 종류별로 분류한 결과, 구글 TPU가 약 52%를 차지했다. 이어 엔비디아 GPU 약 32%, 아마존 트레이니엄 약 14%, AMD GPU 3% 이상 순이었다. 앤스로픽은 AMD와도 내년부터 MI450 시리즈 기반 시스템을 200억달러 이상 도입하기로 했다.

◆ HBM 거래처 넓어지면 가격 협상력도 강화…삼성에 추격 기회
국내 메모리 업체들이 기대하는 효과는 HBM 판매 확대뿐 아니라 가격 협상력 강화다. HBM은 AI 반도체에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핵심 부품으로, 세계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이 주도한다. AI 개발사가 여러 반도체를 사용하고 직접 장비를 조달하면 업체들은 엔비디아뿐 아니라 구글·AMD 등 다양한 공급망에서 주문을 확보할 수 있다.
고객사가 늘면 가격을 협의할 때 선택지도 많아진다. 특정 회사의 주문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도 돼 기존 거래처를 상대로도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여지가 생긴다.
AI 기업과 메모리 업체의 직접 협력이 낯선 방식은 아니다. 지난해 오픈AI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메모리 공급 협력을 추진한 사례도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국내 업체들과 협력에 나섰던 것처럼 이런 거래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변화가 특히 삼성전자에 더 큰 수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시스템 '베라 루빈'용 HBM4 주문의 약 70%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AMD의 차세대 AI 반도체 'MI455X'용 HBM4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됐다. 삼성증권은 올해 구글의 HBM 수요 중 삼성전자 공급 비중을 59%, SK하이닉스를 34%로 전망했다. 앤스로픽의 구글·AMD 반도체 사용이 확대될수록 삼성전자에도 추가 공급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업계에서는 특정 업체의 수혜보다 HBM 시장 전체가 커지는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관계자는 "구글 TPU 증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어느 업체가 수혜를 볼지 주목하지만, 지금은 HBM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모두 생산능력을 최대한 가동하는 상황"이라며 "특정 업체보다 시장 전체가 커진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앤스로픽의 직접 장비 조달과 멀티칩 전략은 국내 HBM 업체들이 기존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거래 기회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는 능력이 HBM 시장에서 가격 협상력과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