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국 뉴저지 한인 학부모가 추석 결석 인정 문제를 짚었다
- 뉴저지 종교 휴일 목록엔 음력설만 있고 추석은 빠졌다
- 학교 달력에 오른 명절이 다음 세대의 자긍심을 가른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뉴욕살롱>은 미국 생활 12년 차 특파원이 일상에서 만나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월가의 숫자부터 장바구니 물가, 학교와 일터, 문화까지 뉴스의 안과 밖에 있는 미국을 들여다봅니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한국은 24일부터 추석 연휴다. 미국에선 아이들이 추석 연휴 내내 학교에 간다. 추석이 미국의 명절이 아니기에 당연한 일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미국 학교가 모든 민족의 명절마다 문을 닫을 수는 없다. 수십 개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한 교실에 앉는 곳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문을 닫지 않는 날에도 미국 학교는 생각보다 많은 명절을 존중한다. 그날 가족과 명절을 보낸 아이의 결석을 불이익 없는 '인정결석'으로 처리해주는 방식이다.
뉴저지주 교육부가 매년 채택하는 '종교 휴일 결석 허용 목록'을 펼쳐보면 그 폭에 놀라게 된다. 유대교와 힌두교, 이슬람, 시크교, 불교, 동방정교회, 바하이, 자이나교, 조로아스터교, 위카까지 1년 내내 빼곡하다. 목록에 오른 날 종교적 이유로 결석하는 학생은 보호자의 서면 사유서를 내면 인정결석으로 처리된다. 상이나 경쟁 자격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놓친 시험을 대신 볼 권리도 보장받는다.
2026~2027학년도 목록에서 유대교 명절은 로시 하샤나와 욤 키푸르, 수코트, 유월절, 하누카까지 열세 번 나온다. 힌두교 명절은 스무 번 안팎이다. 그날마다 학교가 쉰다는 뜻이 아니라, 그 명절을 지키는 학생의 결석을 인정하는 최소 기준이라는 뜻이다. 설과 추석을 쇠는 민족의 명절은 하나, 2027년 2월 6일 음력설뿐이다.
버겐카운티에서는 그 빈칸이 더 크게 보인다. 맨해튼에서 조지워싱턴브리지를 건너면 닿는 이 카운티는 인구의 6.7%가 한국계로 미국에서 한인 비중이 가장 높다. 팰리세이즈파크는 그 비율이 절반에 가깝고, 올드태판과 레오니아, 포트리에서도 한인이 20%를 넘는다. 교실 네다섯 명 중 한 명이 한인 아이인 학교에서도 추석에 쉬면 일반결석이다.

◆ 한 주에 온 두 문화
지난해 가을, 아이의 학교는 로시 하샤나에 쉬었다. 같은 해 추석이 다가오자 아이가 물었다. "로시 하샤나에는 학교 안 갔잖아. 그런데 추석에는 왜 가야 돼?" 대답을 고르는 사이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불공평하다고 했다. 어른인 나는 학군이 지역 학생 구성과 학사일정을 고려해 휴교일을 정한다는 것을 안다. 아이에게는 그 설명이 위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는 두 문화의 명절이 한 주에 들었다. 욤 키푸르인 월요일 21일 아이의 학교는 문을 닫았고, 추석인 금요일 25일에는 문을 연다. 지난해에는 불공평하다고 울던 아이가 올해는 그 차이를 다시 묻지 않았다.
휴교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 추석을 가족과 보내기 위해 결석하면 인정결석이 되는지 물었더니, 뉴저지주 교육부의 종교 휴일 목록을 확인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목록에는 음력설이 있지만 추석은 없다. 추석 당일인 9월 25일에도 다른 종교의 기념일은 올라 있다. 학교가 가리킨 제도 안에서 우리 명절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추석이 뉴저지주의 인정결석 목록에서 빠진 데는 제도의 경계가 있다. 목록의 근거는 '종교 휴일'에 관한 법이고, 추석은 흔히 민속 명절로 여겨진다. 다만 목록에 오른 날들을 보면 종교와 문화의 경계가 늘 간단하지는 않다. 음력설도 본래 민속 명절이지만 유교·도교·불교 휴일로 분류돼 실려 있다.
남인도 케랄라의 추수 명절인 오남, 남매가 팔찌를 묶어주는 가족 풍습인 라크샤 반단도 힌두교 기념일로 올라 있다. 이스라엘 독립기념일인 욤 하아츠마우트는 유대교 기념일로 분류됐다. 경계가 이만큼 유연하다면, 추석이 빠진 이유를 제도에서만 찾기는 어렵다. 목록에 올려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 달력은 누가 바꾸는가
한국에서 명절은 국가가 정하면 모두가 쉬는 날이다. 미국은 다르다. 학교 달력은 주 정부의 최소 기준 위에서 학군마다 따로 짜인다. 그래서 같은 명절이 이 동네에서는 휴교일이고 옆 동네에서는 평일이다. 그 달력을 바꾸는 것은 대개 그 지역 주민들의 요구다.
음력설이 미국 학교 달력에 들어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그것을 보여준다. 버겐카운티의 테너플라이 학군은 일찌감치 음력설에 학교 문을 닫았다. 2015년 뉴욕시가 음력설 휴교를 발표했을 때 미국 언론은 뉴욕시가 샌프란시스코와 테너플라이에 이어 문을 닫게 됐다고 전했다. 주 정부의 지시가 아니라 학군 교육위원회의 결정이었다.
뉴욕에서는 아시아계 학생과 가족들이 명절을 보내려면 학교를 빠져야 하는 문제를 제기했고, 의원들이 휴교를 추진했다. 뉴욕시가 2015년 음력설에 학교 문을 닫기 시작했고, 2023년에는 뉴욕주가 이를 공립학교 휴일로 정했다. 법안 통과 과정에 참여한 론 김 주하원의원은 여러 세대의 의원을 거쳐 이뤄진 일이라고 돌아봤다. 뉴저지도 2024년 음력설을 기념일로 지정했다. 휴교를 의무화하지는 않았지만, 한 명절을 어떻게 이름 붙이고 다룰지 사회가 논의한 결과다.
유대교 명절이 열세 번 목록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다. 그 숫자는 저절로 생기지 않았다. 뉴욕시가 로시 하샤나와 욤 키푸르 휴교를 결정한 것은 1960년이다. 명분은 종교가 아니라 행정이었다. 당시 교사 4만 명 가운데 1만8000명 이상이 유대인이어서 이날 학교를 정상 운영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1970년대 초에는 유대인 교사들이 봄방학을 유월절에 맞추라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2015년 뉴욕시가 이슬람의 이드 명절을 휴교일로 정한 것도 무슬림 공동체가 수년간 요구한 결과였다.

◆ 다음 세대가 배우는 것
이민 사회에는 오래된 걱정이 있다. 1세가 일군 한인회와 한글학교의 결속이 2세로 넘어가면서 느슨해진다는 것이다.
문화 자체가 약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요즘은 한국어가 서투른 이민 2, 3세들도 K팝을 듣고 K드라마를 보며 자란다. 느슨해지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조직이다. 학교 달력을 바꾸고 교육위원회에 의견을 내는 일은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가능한데, 그 창구가 세대를 넘어 이어지지 않는다. 유대계나 인도계 명절이 목록에 여러 번 오른 것은 세대를 건너 유지된 조직의 힘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화적 자부심과 제도적 자리는 다른 문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배우는 것은 부모의 당부만이 아니다. 자기 문화가 이 사회와 제도 안에서 어떤 자리에 놓이는지도 함께 배운다.
친구의 명절에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자기 명절은 인정결석 처리도 되지 않는 경험이 해마다 반복되면, 아이는 두 문화가 놓인 자리가 다르다는 것을 일찍 알아차린다. 미국에서 추석에 굳이 송편을 빚지 않아도 되고 설날에 떡국을 먹지 않아도 된다. 명절을 보내는 방식은 집마다 다르다. 다만 그 명절이 제도 안에서 어떤 자리를 갖느냐는 다른 문제다. 학교 달력에 이름이 있는 명절과 없는 명절은 다음 세대에게 다르게 남는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아이가 운 것도 단지 하루 학교에 가야 해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날 아이가 확인한 것은 친구의 명절 이름이 적혀 있는 학교 달력에 자기 집 명절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올해 아이가 추석에 왜 반드시 학교에 가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고 해서, 어른들이 그 질문을 할 필요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