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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쩐의 전쟁] ⑩'추락천사' 문턱 오라클 해부...3가지 취약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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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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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라클은 7월 신용등급 하향으로 투자등급 최하단에 밀렸다.
  • 데이터센터 임차 불일치와 수주 쏠림이 현금흐름을 압박했다.
  • 채권금리와 CDS 급등으로 투기등급 우려가 커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잉여현금 다섯 분기째 적자, 빚으로 충당
EBITDA 대비 부채 4.3배, 강등 조건 근접
임차 19년에 고객 임대 5년, 기간 불일치
수주잔액 6380억달러 절반가량이 오픈AI
유통금리는 이미 투기등급 수준으로 상승

*자금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자금쟁탈의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던 주체들의 돈줄기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그 반대편에선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주요국 정부들의 재정 차입 수요와 인공지능(AI) 기술혁명의 물결에 올라타려는 기업들의 투자 붐으로, 민·관의 자금조달이 봇물을 이룬다. 인플레이션 유령을 떨치지 못한 중앙은행들은 참전을 꺼리고 있다.

다음 ①~⑤편에서는 '과잉저축 시대'의 종언과 '대(大)차입 시대로 전환'을 불러온 동인과 이것이 자산시장에 갖는 함의를 짚어본다. ⑥~⑨편은 미래 매출과 수익을 담보로 자금 각축전을 벌이는 AI업계의 최근 동향과 이들의 자금폭식이 초래할 금융측면의 위험, 그 위험 너머의 기회를 살피기로 한다. 이어 ⑩~⑬편에서는 개별 기업들의 재무상태를 해부, 신용위험 측면에서 옥석을 가리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회사채 투자자 입장에서 보유 채권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은 디폴트(부도) 다음으로 겁나는 사건이다. 특히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는 일명 '추락천사' 이벤트는 타격감이 남다르다. 큰 폭의 가격 하락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는 물이 달라지기에 급할 때 제값 받고 현금화하기도 더 어려워진다.

지난달 오라클의 신용등급 강등은 추락천사에 해당하진 않았지만 그 못지 않은 경각심을 인공지능(AI) 빅테크 회사채 보유자들에게 불러일으켰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가운데 가장 먼저 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선 오라클(ORCL)은 지난달 9일 신용등급이 '투자등급' 최하단으로 미끄러졌다. S&P글로벌이 이 회사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했는데, 여기서 한 단계만 더 내려가면 투기등급으로 떨어져 추락천사 신세가 된다.

현금흐름 악화는 하이퍼스케일러 업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지만 오라클은 유독 허약하다. 현금창출력이 견실한 다른 회사의 경우 차입 추가 확대 여력 남아있는 데 비해 오라클은 그 공간이 부족하다. 데이터센터 임차와 고객 임대 계약의 기간 불일치, 특정 고객에 지나치게 쏠린 수주잔액, 이미 투기등급 수준까지 오른 조달 비용 등 3가지가 취약 고리로 언급된다. 

◆투기등급 강등 기로

오라클은 다른 하이퍼스케일러보다 1년여 먼저 현금흐름상 적자로 돌아서 부족분을 사실상 빚으로 메워 왔다. 잉여현금흐름 적자는 올해 3~5월(2026회계연도 4분기)까지 다섯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다른 하이퍼스케일러의 급격한 현금흐름 악화는 최근 분기 들어서부터다. 2분기(4~6월) 적자로 돌아선 곳은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는 적자 직전까지 몰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흑자다.

오라클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오라클은 추가 차입이 곧바로 등급 강등으로 이어지는 지점까지 와 있다. 2026회계연도 4분기까지 연간 전체로 봤을 때 총차입금이 연간 EBITDA(영업이익에다가 감가상각비를 더한 값) 4.3배까지 올라 S&P의 추가 강등 조건인 4.5배와 0.2배 차이만 남았다. 다른 하이퍼스케일러 4곳의 관련 배수가 1배가 채 안 되는 것(로이터통신 추산)과 대조적이다. 무디스는 오라클만큼 레버리지가 높고 현금흐름이 취약한 하이퍼스케일러는 없다고 진단했다.

강등 조건까지 남은 격차는 차기 회계연도 예상 조달액을 고려하면 유지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라클은 2027회계연도 설비투자를 900억~950억달러로 제시했고 고객이 미리 낸 서비스 대금을 빼더라도 약 700억달러를 자체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무디스는 총차입금/연간 EBITDA 배수가 일시적으로 5배에 근접할 수 있다고 봤다. 연말께 무디스나 피치에서도 S&P처럼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최하단으로 하향하는 조처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모간스탠리)이 나온다.

◆취약 고리① 임대차 기간 불일치

차입 여력이 부족한 오라클에서 부담이 집중되는 지점은 3가지다. 첫째는 데이터센터를 빌리는 임대 기간과 고객에 빌려주는 임차 기간의 불일치다. 오라클이 공시한 미개시 데이터센터 임차 약정은 2600억달러로 2027~2029회계연도에 시작돼 15~19년간 이어진다. 반면 연산 용량을 임대하는 고객 계약은 최장 5년 수준이다. 고객이 재계약하지 않으면 매출 없이 임차료만 10년 이상 남는다.

장기 임차 부담은 다른 하이퍼스케일러도 안고 있지만 임차료 회수 구조에서 오라클과 차이가 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의 미개시 임차 약정은 각각 3291억달러와 2790억달러로 오라클을 웃돈다. 다만 이들은 데이터센터 수요 상당 부분을 검색·광고·소셜미디어 등 자체 서비스가 차지해 임차료 회수가 외부 고객의 재계약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오라클은 연산 용량 대부분을 외부 고객에 임대하고 있어 고객이 이탈하면 잔여 임차료를 충당할 수요가 사라진다.

기간 불일치는 고정 지출과 자산 처분 제약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부담이 된다. 임차료는 고객 계약이 끝나더라도 줄일 수 없는 고정 지출이어서 잉여현금흐름이 적자인 오라클로서는 매출 공백을 빚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임차한 데이터센터는 소유 자산이 아니어서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해 빚을 줄이는 수단으로 쓸 수도 없다. 임차 약정이 계약대로 개시되면 갚을 방법은 좁아지는데 갚아야 할 부담만 계속 쌓이는 셈이다.

◆취약 고리② 수주잔액 쏠림

둘째는 임차료를 갚을 미래 매출이 한 고객에 쏠려있다는 점이다.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 4분기 말 잔여계약의무(RPO) 6380억달러를 투자 회수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S&P 추산으로 절반 가까이가 오픈AI 한 곳과 맺은 계약이다. 오픈AI의 대금 지급은 2027년에 시작되고 오픈AI 자체적으로 2030년까지 흑자 전환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 S&P는 오픈AI가 대금을 내지 못하면 오라클이 해지하기가 어려운 임차 계약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고 경고했다.

다른 하이퍼스케일러의 수주 자체는 자체 서비스 수요와 다수 고객에 분산돼 있다.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연산 용량을 독점 공급하던 계약을 재검토한 끝에 단일 고객 의존도를 키우기보다 오픈AI가 오라클에서 용량 임차를 허용하는 쪽을 택했다. 알파벳의 클라우드 RPO에는 앤스로픽 계약이 상당액 포함돼 있지만 한 곳이 절반을 차지하는 편중은 없다. 대금을 낼 고객이 잉여현금흐름조차 내지 못하는 상태라면 오라클의 RPO 6380억달러의 무게는 그만큼 줄어든다.

◆취약 고리③ 이미 높은 유통금리

셋째는 채권시장이 등급보다 앞서 투기등급 수준의 조달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발행된 채권의 유통금리가 투기등급 채권에 준하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어 설비투자 재원의 상당분을 앞으로도 빌려야 하는 오라클은 신규 발행 때마다 높아진 금리에 맞춰 이자를 물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오라클 10년물 금리는 6.4%로 BBB 등급 10년물 평균 5.7%를 웃돌아 BB 등급 10년물 평균 6.7%에 가까워졌다.

만기가 길수록 격차는 더 벌어진다. 본드블록스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오라클의 2045년 만기물(표면금리 4.125%) 유통금리는 7.2%까지 올랐고 일부 채권은 7.8%에 거래됐다. 신용등급이 같은 투자등급이어도 시장이 매긴 값은 등급표 밖에 있는 셈이다.

일부 차입 계약의 금리와 조달 조건은 신용등급에 연동돼 있어 강등이 확정되면 이자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시건주 세일린 지역 데이터센터 캠퍼스의 프로젝트가 발행한 채권 신용도와 오라클 자체 100억달러 신용한도의 금리가 오라클 등급에 연동돼 있다.

투기등급 강등이 현실화하면 투자자 이탈이 금리 상승을 증폭시킨다. S&P·무디스·피치 중 한 곳에서라도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투자등급 회사채 전용 펀드는 보유 채권을 덜어내야 하고 매물은 규모가 훨씬 작은 하이일드 시장이 받아내야 한다. 오라클은 블룸버그미국회사채지수(투자등급) 구성에서 비금융 발행사 2위에 해당된다. BNP파리바의 메건 롭슨 미국 크레딧 전략 책임자는 투기등급 전환 과정에서 채권 금리가 추가로 올라 보유 투자자의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신용 위험을 사고파는 CDS(신용부도스와프) 시장은 강등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오라클을 투기등급 기업으로 취급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5년물 프리미엄은 최고치인 215bp를 기록한 뒤 이달 들어서도 200bp를 웃돌았다. 동종 하이퍼스케일러의 약 80bp를 크게 넘어선다. 이달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시에떼제네럴은 CDS 프리미엄에서 역산한 오라클의 5년 내 부도 확률은 16%를 넘어서 투자등급 평균 4.5%와 크게 대비됐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2분기 테크 기업 CDS 하루 평균 거래의 3분의 1이 오라클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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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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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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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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