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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년 내 OECD '자살률 1위' 탈출 목표…현실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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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2일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 발표
OECD 자살률 1위…회원국 대비 2.3배 높아
2034년 자살률 17명 목표…10년 내 11명 ↓
핀란드·일본 등 20~30년 걸려 자살률 낮춰
정부 "노력만으로 부족해 도전적 목표 설정"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 발표를 통해 10년 안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겠다는 도전적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행 1위 수준인 28.3명의 자살률을 10명대로 대폭 끌어내리겠다는 계획은 다른 나라들이 수십년에 걸쳐 이뤄낸 성과를 단기간에 달성하겠다는 셈이라, 실현 가능성에는 큰 우려가 뒤따른다.

해외 주요국 사례를 보면 자살률 개선은 결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은 1999년 25.5명에서 20년 넘게 걸려 15명대까지 낮췄고, 핀란드 역시 30명대에서 10명대 초반으로 떨어뜨리는 데 3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이 10년 만에 11명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은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현실성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 10년 내 자살률 11명 이상 감축 목표…주요국 최소 20년 소요

정부는 12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을 발표하고, 5년 안에 자살자 수를 1만명 이하로 감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후 대책을 지속 추진해 10년 내로는 OECD 1위 수준에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간 자살 사망자는 총 1만4439명(잠정)으로 하루 평균 39.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률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 상승하기 시작해, 금융위기 여파가 닥쳤던 2011년에는 31.7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2022년까지 하락 곡선을 그렸지만, 2023년과 지난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트라우마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령대별 자살률 추이 및 2023년 자살률·자살자 [자료=보건복지부] 2025.09.12 rang@newspim.com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28.3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50대가 전체 자살 사망자의 20%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고, 이어 ▲40대(18%) ▲60대(16.4%) ▲30대(12.4%) ▲70대(10.8%) 순이었다. 남성 자살 사망자는 여성보다 2.3배 많았지만, 자살 시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1.7배 많았다

경제 규모가 유사한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독 심각하게 자살률이 높은 수준이다. OECD의 '표준 인구당 자살률'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대한민국 자살률은 24.3명으로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회원국 평균(10.6명)과 비교하면 2.3배 높다.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우리나라(13위)와 비슷한 타 국가들의 자살률은 ▲캐나다(9위) 9.0명 ▲스페인(12위) 7.6명 ▲호주(14위) 12.7명 ▲멕시코(15위) 6.6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모두가 모두를 지키는 사회, 생명보호가 일상이 되는 대한민국'이란 비전 아래 이번 예방전략을 수립했다. 지난해 기준 28.3명인 자살률을 2029년에 19.4명으로 떨어뜨리고, 20234년까지는 17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이는 5년 내 자살자 수를 1만명 이하로 감축하고, 10년 내 OECD 1위 수준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정부는 10년 안에 자살률을 11명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보면 자살률 개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문제로 드러났다. 사회 구조와 문화·제도 전반 등을 바꾸는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했고, 실제로 수십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주요국 자살률 순위 및 자살률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2025.09.12 rang@newspim.com

예컨대 핀란드는 1986년 '국가 자살예방 프로젝트'를 가동해 자살 사망자 전수를 대상으로 대규모 심리 부검을 실시하고, 우울증 조기 식별과 사회 서비스 연계를 체계화했다. 총기 허가 연령을 18세에서 20세로 상향하는 등 수단 접근성도 낮췄다. 그 결과 자살률은 1990년대 초 30.3명에서 2010년 17.6명, 2021년 13.2명으로 내려왔다. 감소 폭은 컸으나 20~30년에 걸친 장기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일본은 2007년 총리 직속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설치하고, 해당 연도부터 2022년 사이까지 네 차례에 걸쳐 종합대책을 갱신했다. 중앙 컨트롤타워와 더불어 지자체 자살예방 전담 공무원 배치, '지역 자살대책 긴급강화 기금' 조성 등 재정·조직 기반을 제도화했다. 그 결과 자살률은 1999년 25.5명에서 2010년 21.7명, 2021년 15.6명으로 낮아졌다. 이 또한 20년이 넘는 시간 축에서 이뤄진 변화다.

독일과 영국도 장기간의 제도적 변화로 성과를 냈다. 독일은 '우울증 연합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확산해 게이트키퍼 양성과 조기 치료 연계를 강화했고, 영국은 '사회적 처방'을 제도화해 고립감 해소와 정신건강 지원을 병행했다. 두 나라 모두 상담·치료 확대를 넘어 사회적 관계망 복원과 제도 개혁에 집중해 수십 년에 걸쳐 자살률을 낮췄다.

해당 국가들의 공통 분모는 ▲중앙 컨트롤타워의 상시 운영과 법·제도화 ▲지방정부 전담 인력·전용 기금 등 현장 기반의 고정된 인프라 ▲정신건강 조기 식별과 1차의료·사회서비스의 촘촘한 연계 ▲총기·유해물질 등 수단 접근성 규제 ▲관계 회복 중심의 사회적 고립 해소 프로그램 등을 장기간 지속했다는 점이다. 10명 안팎을 낮추기까지 대체로 20~30년이 소요됐다.

◆ 기존 정책 확대·인력 증원 수준 그쳐…정부, '도전적 목표' 인정

이번 전략에 담은 도전적 목표에 비해 정부의 대책은 기존 정책을 확대하거나 관련 인력을 증원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내세운 '5대 분야·18개 과제'는 대부분 기존에 추진해온 사업의 범위를 넓히는 성격이 강하다.

대표적으로 응급실 내 자살 위험군을 관리하는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는 현재 92개소에서 2026년 98개소로 확대할 예정인데, 이는 기존 시행되던 사업의 연장선 성격으로 여겨진다. 지방자치단체 자살예방센터가 즉시 사고 현장에 개입할 수 있도록 응급실 정보를 자동 연계하는 '자살예방법' 개정도 추진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과거 계획에서부터 이미 시행 중이던 과제다.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 [자료=보건복지부] 2025.09.12 rang@newspim.com

자살 유족을 대상으로 한 '원스톱 지원'도 마찬가지다. 심리 상담·임시 주거·특수 청소·법률 지원·학자금 지원 등을 제공하는 체계는 이미 현재 12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내년 7월까지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취약계층 발굴 역시 서민금융지원센터와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Wee센터 등 다양한 기관을 연계하는 구조로 2018년 이후 꾸준히 추진돼온 사업의 연장선이다.

현장 인력 확충은 특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자살예방센터 전문 인력은 평균 2.6명에 불과한데,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해당 인력을 내년까지 5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효과적인 사례 관리를 위해 센터당 최소 1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상담 수요는 지난해 연간 2만6843건에서 올해 1분기에만 월 2만8034건을 넘어선 상황이라, 현재 수준의 인력 증원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강조한 컨트롤타워 역시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는 국무총리 산하에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추진 예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구체적인 조직 구성과 예산 확보 방안, 권한 설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시차가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일본은 이미 2007년 총리 직속 본부를 설치해 2012년과 2017년, 2022년 등 네 차례에 걸쳐 종합 대책을 갱신했다. 지자체에는 자살예방 전담 공무원을 두고, 지역 자살대책 긴급강화 기금을 조성해 중앙과 지방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1999년 25.5명이던 자살률은 2021년 15.6명까지 낮아졌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기구 신설 준비 단계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도전적 목표를 둘러싼 현실성 부족 지적에 대해, 단순한 노력 수준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과감한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맞닥뜨리더라도 과감한 수치를 내걸어야만 부처와 지자체가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도록 독려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5.09.10 ryuchan0925@newspim.com

이형훈 복지부 2차관은 전날 진행한 브리핑에서 "자살률 목표를 설정함에 있어 주저되는 부분도 있었고, 신중하게 고민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살률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단순히 노력하겠다는 말로는 부족해서 좀 더 도전적인 수준의 감축 목표를 설정하게 됐다"며 "현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런 목표를 정해야만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총력 대응할 수 있다는 믿음과 각오를 갖고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자살예방센터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 평균 2.6명이 부족한 수준임을 인정하면서도, 단기간에 10명 이상으로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내년까지 5명 수준으로 우선 확대하고, 예산과 인력 상황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장기적인 목표로는 10명 수준까지 돼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예산이나 인력 자체를 바로 이런 수준으로 늘리는 데는 애로가 있다"며 "일단 5명 수준으로 늘리고, 점차적으로 확대해 가면서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언급했다.

국무총리 산하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 설치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다만 중앙 정부 차원을 넘어 지자체 단위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임을 먼저 밝혔다. 정부는 차후 방안이 구체화됐을 때 별도로 발표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차관은 "현재 국무조정실 주관 하에 자살대책추진본부 설치 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본부 단위는 중앙 부처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실무 지자체의 참여와 활동이 굉장히 중요하다. 본부가 설치되면 시·도가 참여하는 협의회 기구 등도 당연히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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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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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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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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