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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는데...산불로 숨통 조인 영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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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날래도 농기계고 그물이고 당췌 손에 잡히는 게 있어야지요"

[영덕=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7일간 강풍을 타고 북동부권 5개 시군을 유린한 '경북초대형산불'이 진화된 지 열흘이 지났다.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마을을 덮친 화마에 맨 몸으로 집을 뛰쳐 나온 많은 주민들이 여전히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채 낯 선 임시대피소의 차운 마룻바닥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며 머물고 있다.

정부와 국회, 행정당국은 피해조사와 함께 긴급생계자금을 지급하고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복구비를 마련하고, 당장 농사철을 맞아 농기계를 긴급 지원하고 국민들은 팔을 걷어부치고 이재민들을 돕는데 밤을 새우고 있다.

그러나 불폭탄을 맞고 하루아침에 생활 터전을 앗긴 이재민들과 피해주민들은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 지 막막하다. 

[영덕=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초대형산불'로 폐허로 변한 영덕군 영덕읍 석동마을. 2025.04.08 nulcheon@newspim.com

◆아름다웠던 바닷가 마을, 경정포구.... 당장 그물있어야 고기잡아 먹고 살낀데

지난 달 25일 밤 9시쯤. 바다를 이마에 인 경정마을에 시뻘건 화마가 닥쳤다. 더구나 전기마저 끊어지면서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치감치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튿날 새벽 대게 조업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던 어민들은 급작스레 들이닥친 화마에 혼비백산, 가족들을 깨워 맨 몸으로 대피했다.

마을은 순식간에 시뻘건 불길에 휩싸이고 시커먼 연무에 덮혔다. 주민들은 맨 몸으로 가족들의 손을 꼭 잡고 백사장으로 뛰었다.

7일 화마가 할퀴고 간 경정마을은 산불이 진화된 지 열흘이 지났으나 흉칙하게 일그러진 모습 그대로 산비탈에 시커먼 탄화재를 뒤집어 쓴 채 구겨져 있다.

 

 

 

 

[영덕=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초대형산불'로 아름다운 어촌마을로 이름난 석리마을과 경정마을이 폐허로 변해있다. 2025.04.08 nulcheon@newspim.com

굴착기 1대가 따가운 햇볕 아래서 종이상자처럼 구겨진 보금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굴착기가 종이처럼 구겨진 지붕 판넬을 들어올릴 때마다 시커먼 재와 매캐한 냄새가 어촌마을을 휘감는다.

매일 새벽 바라보던 마을 앞 바다는 속절없이 맑고 투명하다.

"오늘도 행정에서 나와 피해조사를 했니더. 바다에 깔아 놓은 대게 그물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모르고, 대게철이 끝나면 가자미잡이에 나서려고 정리해 놓은 가자미, 대구 그물과 통발이 가득 들어 있는 그물 창고는 잿더미로 변하고..."

"당장 가자미철인데 조업나설 그물 하나 남은게 없으니 살아갈 일이 막막합니더. 행정에서 피해조사라고 하지만 당장 우리 어민들은 굶어죽을 판인데....제 때에 그물을 놓아야 먹고 실낀데.... 그물이 탄 것을 증명해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데....우리 어민들이 이런 일을 예견이나 했겠니껴.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찍어놓을낀데..."

남편과 함께 40년을 바다에 그물을 던져 자식들을 길렀다며 화마에 무너내린 이층 벽돌집을 가리키는 김숙희(여, 65)씨의 눈에 눈물이 인다.

[영덕=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초대형산불'로 영덕군 연안 어촌이 폐허로 변한 가운데 한 고령의 어부가 화마의 충격을 딛고 새 그물을 갈무리하며 조업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2025.04.08 nulcheon@newspim.com

"산불에 용케도 살아남았니더"하며 김씨가 집 앞에 놓인 수족관을 가리킨다. 수족관 안에 잘생긴 대게 수 십마리가 불길이 덮치던 끔직한 날을 기억이나 하듯 꿈틀거린다.

"그 불 난리에 수족관 안에 있던 대게들이 용케도 살았니더. 우리 집을 잊지 않고 이용해주던 외지 관광객들이 산불 소식을 듣고 대게 택배 주문을 해주니더. 이렇게 잊지 않고 전화해주니 다시 용기가 생기니더. 고맙니더."

김씨는 화마가 할퀴고 간 다음날 영덕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 머물다가 며칠 전부터는 영덕군이 마련해 준 숙소에서 머물고 있다.

김씨는 며칠 후부터는 영덕군이 학교 운동장에 조성하는 10평짜리 임시 조립식 주택에서 생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마을에 있는 자신의 땅에 임시 주택을 만들어줄 것을 행정에 요청할 셍각이라고 말했다.

7일 경북도의 이날 오후 5시30분 기준 수산분야 피해는 어선 25척이 소실됐다. 여기에 미등록선박 2척과 레저선박 3척 등 5척을 합하면 총 30척이 전소됐다.

또 영덕군 영덕읍과 축산면의 어민 주택 78동이 불에 타고 정치망 어구 16건이 소실돼 약 79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덕=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초대형산불'로 영덕군 영덕읍 경정리의 한 양식장이 잿더미로 변했다. 2025.04.08 nulcheon@newspim.com

양식장 5곳이 소실되고 강도다리와 은어 등 양식어류 47만마리가 폐사해 약 30억원의 피해가 났다.

여기에 수산물 가공업체 3곳의 공장과 창고 16개동이 전소돼 약 35억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또 개별 어민가구의 소규모 저장시설 21개소와 건조기 12대 등이 소실돼 약 2억500만원의 재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덕=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을 덮친 '경북초대형산불'로 영덕군 지품면의 한 복숭아 과수원이 화마에 할퀸 생채기를 안고 꽃을 피우고 있다. 2025.04.08 nulcheon@newspim.com

◆불길 먹은 복상나무 뽑고 새로 심니더...배운게 과수농산데, 새로 시작해야지요

영덕군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복숭아 산지이다. 특히 영덕군의 서북쪽에 자리한 지품면은 영덕군의 복숭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할 만큼 복숭아 산지로 이름난 곳이다.

영덕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영덕지역의 복숭아 과수 재배 면적은 232ha 규모이며 복숭아 과수 농가는 778가구이다.

또 같은 해 기준 연간 생산량은 2969톤, 총 소득은 170억원에 달한다.

지품면 일원은 영덕군 복숭아 과수 농가 전체의 80% 이상이 집중돼 있는 곳이다.

 

 

 

 

특히 최근들어 사과와 포도 과수원을 새로 경작하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지품면 일원 농가 대부분은 과수재배로 생업을 꾸려가고 있는 셈이다.

영덕읍을 벗어나자 영덕군의 명품 브랜드이자 농민들의 꿈을 이뤄주던 복숭아 과수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바람이 일자 매캐한 탄 냄새와 함께 탄화재가 풀풀 날린다.

마을 앞을 흐르는 지품천은 산불이 남긴 시커만 탄화재와 플라스틱, 화학제품이 일그러진채로 하천 진흙과 엉겨 있다.

영덕군의 중심인 영덕을 감싸고 흘러 대게 주산지인 강구항을 거쳐 동해로 유입되는 남대천을 끼고 발달한 복숭아 과수원이 화마를 딛고 연분홍을 꽃을 피우고 있다.

밀어닥친 불길을 피해 맨 몸으로 대피한 주민들이 마음을 다시 추스리고 과수밭으로 달려 나와 막 봉오리를 열기 시작하는 복숭아나무와 사과나무를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꽃봉오리를 열기 시작하는 과수밭에 약을 살포하고 있다. 서둘러 약을 살포하는 과수밭은 용케도 불길을 피한 곳이다.

안동으로 이어지는 34번국도 주변으로 펼쳐진 복숭아 과수밭 대부분이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로 시커멓게 얼룩져 있다.

평생 자식처럼 가꿔 온 십 수년 이상된 복숭아 나무 밑둥과 본 줄기에 시커먼 상흔이 패여 있다.

지금쯤이면 지품면 일대 모두가 발갛게 닿아오른 복사꽃으로 꽃 궁궐을 연출할 터이나 거센 불길이 지나가면서 복숭아 과수원은 흡사 포탄을 맞은 듯 군데군데 검은 상흔이 남아있다.

이 무렵이면 복사꽃 만발하는 관광객들과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나, 거리는 한산하다.

화마에 쫒겨 집을 잃은 반려견 한마리가 검은 재를 묻힌 채 배회하고 있다.

 

[영덕=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초대형산불'로 생업터전을 잃은 한 농부 부부가 불길을 먹은 사과나무를 뽑아내고 다시 새 묘목을 심으며 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25.04.08 nulcheon@newspim.com

부부가 익숙한 삽질로 사과묘목을 심고 있다. 한 쪽에서는 소형 굴착기가 연신 새 묘목을 심을 구덩이를 파고 있다.

"이번 산불에 평생 가꿔 온 사과밭이 쑥대밭으로 변했니더. 불길을 먹은 나무를 뽑아내고 새 묘목으로 대체하고 있니더. 게 중에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지만, 나중에 과실이 달려봐야 아니더. 막 꽃봉오리가 맺힐 무렵에 산불이 휩쓸고 간 탓에 지금은 꽃이 피지만 나중에 열매가 기형이 될 수 도 있고...."

"피해조사요,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것만 할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잖니껴? 그렇다고 나중에 과실농사가 제대로 안되고 나면 그 때가서 정부가 보상해줄지도 불투명하고...그렇다고 평생 배운 과수농사를 당장 접을 수도 없니더. 식구들 말간 눈을 봐서라도 다시 일어서야지요"

30년째 과수농사에 매달려 왔다는 김남식(58)씨 부부가 손으로 땀을 씻어내며 익숙한 삽질로 새 묘목을 정성스레 심는다.

부인의 얼굴에 상심이 가득하다.

[영덕=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초대형산불'로 주택과 농가계가 종이상자처럼 구겨져 있다. 2025.04.08 nulcheon@newspim.com

"이번 산불에 과수나무도 나무지만 양수기며 트랙터며, SS 살포기며 농기계가 모두 불에 탔니더. 뭐가 있으야 과수원을 새로 일구던지 할텐데....행정에서 농기계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워낙 산불 피해 범위가 넓어 제 때에 지원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상심이 가득한 얼굴로 새 묘목을 심고 있는 부부의 과수밭으로 한 줄기 바람이 몰아친다. 몇 남지 않은 복사꽃이파리가 바람에 흩날린다.

[영덕=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초대형산불'로 북동부권 5개 시군이 폐허로 변한 가운데 영덕군 지품면에서 정부 피해조사단이 산불피해 조사를 하고 있다. 2025.04.08 nulcheon@newspim.com

지난 달 25일 오후 5시45분쯤, 의성군에서 발생해 나흘만에 청송군 진보면으로 확산되고 이어 황장재를 넘어 영덕지역을 덮친 산불로 영덕지역에서는 21명의 주민이 소중한 목숨을 앗기고 11명이 지금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주택 973세대가 전파되는 등 1375세대가 보금자리를 화마에 앗겼다.

영덕군의 산불피해 상황 자료에 따르면 7일 오후 4시 기준 산불 피해 농가만 1300가구에 달한다.

또 복숭아, 사과, 포도, 자두 등 농작물 피해만 121ha로 잠정 집계됐다.

트랙터, SS기, 관리기, 경운기 등 농기계 1957대가 소실되고 저온저장고, 농막과 창고 등 농업시설 849동이 전파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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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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