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 첫날 울진죽변수협, 초매식...첫 위판하며 풍어 기원
조학형 조합장 "죽변항 어업인 함께 동해안 최고 어업전진기지 건설하겠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2024년 새해 첫날 경북 울진을 비롯 동해안에는 비가 내렸다.
경향각지에서 새해 동해를 박차고 떠오르는 2024년 첫 해를 가슴에 담기위해 달려온 사람들은 구름에 갇힌 맑은 해 대신 넘실대는 푸른 동해, 죽변 앞바다를 가슴에 새겼다.
2024년 첫 해가 부상(扶桑)을 박차고 떠 올라 구름을 헤치는 시각. 경북 울진 죽변항에서 '초매식(初買式)이 열렸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2024년 새해 첫날 오전 7시. 죽변항 초매식. 2024.01.01 nulcheon@newspim.com |
'초매식'은 '동해안 최고의 어업잔진기지'인 죽변항을 지키고 가꿔 온 어민들의 요람인 울진죽변수산업협동조합(조합장 조학형)이 중매인협회와 함께 치루는 수산물 '유통의례'이다.
죽변항을 무대로 치열한 삶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울진죽변수협 위판장에 잘생긴 돼지머리와 갓 건져 올린 문어, 대구, 울진대게, 소라 등 싱싱한 어물(魚物)로 고사상이 차려졌다.
새벽 7시. 죽변항을 가꾸고 지켜 온 어민들이 가랑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초매식에 참석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초매식이 열리는 울진죽변수협 위판장이 발디딜 틈 없이 빼곡하다.
모두들 죽변항을 무대로 삶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 온 어민들이다.
새해 해맞이를 보러 온 관광객들도 호기심 어린 눈길로 초매식을 기다리고 있다.
2024 갑진년 '청룡의 해' 첫 날, 울진죽변수협이 올 한 해 풍어와 안녕과소망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초매식'에 죽변항을 삶의 무대로 살어오는 어업인들과 경향각지에서 새해 해맞이를 위해 달려 온 관광객 등 1000여명이 수협 위판장을 뻬곡하게 메우며 '초매식'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 눈길에 '풍어와 어업인들의 안녕'을 바라는 간절하는 소망이 가득하다.
2024년 새해 첫 경매 시작을 알리는 '초매식'은 울진죽변수협 역사 100년 째인 올해 새롭게 신축한 '죽변수산물유통센터' 위판장에서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2024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7시. 경북 울진 죽변항의 울진죽변수협 위판장에서 열린 '초매식'에서 조학형 울진죽변수협조합장이 초헌례를 치루고 있다. 2024.01.01 nulcheon@newspim.com |
◆ 죽변항 '초매식'은 풍어와 안전조업을 기원하는 '유통의례'
'초매식'은 의미 그대로 '그 해 첫날에 잡은 고기를 처음 공개위판(경매)에 붙이는 의식'이다.
죽변항을 지키며 죽변 바다를 생명의 터전으로 삶을 일궈 온 어민들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는 '해산물 유통의례'인 셈이다.
동해 연안 죽변 지방에는 풍어를 기원하는 의례가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동해안 별신굿과 영등제, 뱃고사, 초매식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별신굿과 영등은 죽변 지방을 비롯한 동해연안의 대표적 민속문화이자 해사(海事, 바다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풍어제의(豊漁祭儀)이다.
별신굿은 전문연희집단에 의해 주도되는 집단제의인 까닭에 다양한 놀이를 담은 축제 양식으로 펼쳐진다. 이들 제의의 주체는 어민과 전문 무속인들이다.
제의의 양상은 지역별로 조금씩 상이하나 별신제의 경우 무격(巫覡)에 의해 주도되는 오신(娛神) 굿의 형태를 띠고 전개된다.
바다를 관장한다고 여기는 '바다의 신'인 용을 즐겁게 하여 풍어를 기원하는 어민들의 소망이 담긴 엄숙한 제의이자 신명을 풀어내는 축제이다.
'영등'은 '바람의 신'인 '영등할마이'를 기리는 제의이다.
음력 이월 초하루부터 이월 보름까지 해사에 종사하는 어업인들, 특히 여성들은 이 기간 고된 바다일을 접어두고 '달넘세'와 '기줄당기기' 등의 여성 중심 대동놀이를 펼쳤다.
일테면 일년 내내 거친 파도에 맞서 생업을 이어가는 어민들을 위한 '노동축제'인 셈이다.
[울진=뉴스핌] 2024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7시 경북 울진 죽변항의 울진죽변수협 위판장에서 열린 '초매식'. 2024.01.01 nulcheon@newspim.com |
별신과 영등, 뱃고사가 1차적 생산 담당자인 고기잡이 어민들이 주도하는 것이라면 초매식은 '어업인들의 모임인 수협과 수산물 유통을 책임지는 중매인들이 주도하는 의례'이다.
곧 초매식은 수산물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수협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매인'들이 주도적으로 치르는 '수산물 유통의례' 인 셈이다.
물론 한 해의 풍어와 안전조업을 기원한다는 점에서 별신굿(풍어제), 뱃고사, 영등제와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이날 초매식은 울진죽변수협 조학형 조합장의 초헌(初獻)으로 시작됐다. 초매식의 절차는 유교제의와 민간제의가 섞여 있는 형태다.
조 조합장은 "우리 죽변항 어민들 소원이 평생 가꿔 온 죽변 바다를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물려주고 대대손손 잘사게 해주시는 거시더. 용왕님, 우리 후손들 잘 살게 고기 많이 내어 주시고 아무런 사고없이 평안하게 보살펴주시소"라며 첫 술잔을 올렸다.
삼헌관의 헌작의례와 상차림 또한 유교식 진설에 따른다는 점에서 다분히 유교제의에 가까우며, 상 위에 돼지머리가 오르고 '용왕 고사의례'가 치러지는 점에서는 다분히 민간신앙적이다.
수협직원과, 중매인들과, 선주들과 어민 가족들, 울진군청 수산과 직원, 죽변지역 사회단체 대표들이 차례로 잔을 올리며 풍어와 어민들의 안전을 기원한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2024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7시 경북 울진군 죽변항의 울진죽변수협 위판장에서 열린 '초매식'의 '고기밥주기 고사'2024.01.01 nulcheon@newspim.com |
'초매식'의 마무리는 조합장을 비롯한 어민 대표들이 고사상에 차려진 제물(祭物)을 한지에 싸서 죽변항 앞바다에 던지는 '고기밥주기 고사의례'로 마무리됐다.
'고사의례'는 바다를 지키는 용왕을 섬기는 의례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2024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7시 경북 울진군 죽변항의 울진죽변수협 위판장에서 열린 '초매식'에서 조학형 울진죽변수협조합장이 첫 경매를 알리고 있다. 2024.01.01 nulcheon@newspim.com |
◆ "초매식 잘 치러야 바다풍년 들제"
이어 '초매식'의 하일라이트인 첫 경매가 펼쳐졌다.
조학형 조합장이 2024년 새해 첫 위판을 알리는 종을 세번 울렸다.
첫 경매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노란 번호'를 새긴 모자를 쓴 죽변항 중매인들이 몰려든다.
초매식 첫 경매가 순조로워야 풍어가 든다고 어부들은 믿는다.
이 날 초매식 첫 경매에는 2024년 첫 날 갓 잡힌 울진대게와 오징어, 대구, 문어, 복어가 올랐다.
모두 죽변항을 살찌우고 어부들의 생계를 꾸려주는 주요 어종들이다.
초매식 첫 경매에서 울진대게는 20만원, 오징어 20만원, 대구 30만원, 문어 2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울진대게' 10마리가 20만원에 낙찰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구경북=남효선 기자] 2024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7시 경북 울진군 죽변항의 울진죽변수협 위판장에서 열린 '초매식'에서 조학형 울진죽변수협조합장이 초매식의 하일라이트인 경매를 주재하고 있다.2024.01.01 nulcheon@newspim.com |
초매식을 직접보기 위해 서울에서 죽변항을 찾은 A씨가 선듯 첫 경매 낙찰된 '울진대게'를 구입하겠다며 손을 치켜들었다.
첫 경매를 주도한 조학형 조합장은 중매인들에게 '수수료 없이 입찰가대로 판매해도 되는지'를 묻고 A씨에게 입찰가로 판매했다.
조 조합장은 초매식 경매 울진대게를 구매한 관광객에게 "죽변항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 죽변항의 복을 듬뿍드리겠다"며 새해 덕담을 전했다.
울진죽변수협 위판장에 다시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첫 날 초매식 경매에서 대게, 오징어,대구, 골뱅이, 복어가 고가로 낙찰되자 어부들은 올해도 대풍이 들것이라는 기대로 한껏 기분이 고조되는 표정이다.
오전 7시 40분. 조학형 수협장과 중매인, 수협직원들이 바다의 신이자 해사(海事) 를 관장하는 용왕에게 제물을 바치는 '용왕밥주기' 의례를 마지막으로 2024년 죽변항의 초매식이 마무리됐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2024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7시. 경북 울진군 죽변항 울진죽변수협 수산물유통센터에서 열린 '초매식'에서 어업인들이 음복을 하며 새해 덕담을 나누고 있다. 2024.01.01 nulcheon@newspim.com |
초매식을 치룬 어민들은 죽변항의 새 관광명소이자 랜드마크로 우뚝 선 '죽변수산물유통센터' 4층에 자리한 대회의실에서 음복과 음식을 나누며 죽변항의 발전과 어업인들의 안녕과 평안을 기렸다.
2024년 첫 경매의례인 초매식이 끝나자 구름에 갇혔던 붉은 장엄이 죽변항을 지키는 어민들의 그물을 당기는 힘찬 팔뚝 위로, 어민들의 가슴을 데우는 화톳불 위로, 만선의 꿈을 꾸며 출항을 서두르는 죽변항 대게 자망어선 위로 불끈 떠오르며 죽변항을 감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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