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래구 혐의 보강…사안 중대성 고려해 재청구"
법조계 "강래구 영장 발부 시 관련자 발부 가능성도 커져"
윤관석·이성만 조사 일정 조율…송영길도 압수수색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살포 및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윤관석·이성만 등 현역 의원들의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이 강 전 위원을 포함한 이번 사건 관련자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만큼,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그를 시작으로 관련자들에 대해 연달아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강 전 위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19일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약 2주 만에 강 전 위원의 신병확보를 다시 시도하는 것이다.
강 전 위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8일 오후 2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4.21 mironj19@newspim.com |
◆ 法 "증거 인멸 단정 어렵다"…법조계선 "정황만 소명해도 발부"
강 전 위원은 2021년 5월 민주당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송 전 대표 캠프 인사들과 공모해 송 전 대표의 당선을 목적으로 민주당 현역 의원 등에게 총 9400만원의 금품을 살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돈 살포 및 수수가 벌어졌던 2021년 전당대회 전후, 그리고 검찰이 수사를 개시한 이후 강 전 위원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조직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 살포라는 사건의 성격에 더해 관련자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 등이 확인되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관련 사건 수사는 신속히 진행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강 전 위원에 대한 첫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에도 그의 증거인멸이 중대한 사안이라 보고, 두 번째 조사를 마친 당일 저녁 늦은 시간에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확보한 주요 증거와 향후 수집이 예상되는 증거들에 대해 피의자가 수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증거를 인멸했다거나 장차 증거를 인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주거·지위 등을 감안할 때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형사소송법 제70조는 도망 부분에서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라고 규정한 것과 달리, 증거 인멸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구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단정하기 어렵다'는 표현은 영장 심사가 아닌 유무죄를 가리는 본안에서 나올 수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즉 검찰이 강 전 위원 등 관련자가 '증거를 인멸했다'가 아닌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정황'만 소명했더라도 영장이 발부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또 정치인의 금품 사건은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구속 사유가 될 만한데, 강 전 위원의 지위가 고려돼 영장이 기각된 것이라면 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볼 수 있는 송 전 대표나 다른 정치인들도 구속요건이 안된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은 강 전 위원에게 지난달과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위원을 비롯한 다수의 공범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해 혐의를 보강했다"며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했을 때 강 전 위원에 대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이성만·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이·윤 의원은 이날 자진 탈당 의사를 밝혔다. 2023.05.03 leehs@newspim.com |
◆ 강래구 신병확보 '또' 실패 시 수사 확대 동력↓
아울러 검찰은 전당대회쯤 금품을 살포한 공여자들과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수수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을 지낸 박용수 씨와 수수자로 지목된 지역본부장 등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하며 자금 조달·전달 경위 등을 확인했다.
특히 검찰은 윤관석·이성만 등 현역 의원 측과도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강 전 위원이 조달한 돈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을 통해 전달받아 현역 의원들에게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돈 살포의 최대 수혜자이자 윗선으로 의심받고 있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과 지난 1일 연이어 송 전 대표의 주거지와 그의 후원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 사무실, 경선 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바 있다.
검찰이 송 전 대표를 포함한 공여자와 수수자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검찰의 인적 책임 범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만큼, 다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주요한 역할을 한 강 전 위원의 신병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만일 그에 대한 검찰의 두 번째 신병확보 시도도 실패로 돌아간다면, 수사를 확대할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이 계속해서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강조하고 있는데 또다시 영장이 기각된다면 '억지 수사'라는 비판을 거세게 받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영장이 발부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 사유가 생겨, 향후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을 때 발부받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검찰은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인적책임 범위를 단정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에서 관련자들의 역할과 책임 경중을 가려 구속 필요성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하는 것"이라며 "강 전 위원이 구속돼 구속수사를 하게 되면 또 수사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