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으로 촉발된 갈등…등원거부로 예산안 심의 중단
제설·도로 응급복구·청년 일자리 등 민생대책도 발목
[고양=뉴스핌] 이경환 기자 = 경기 고양시의회의 파행이 장기화 되면서 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발목을 붙잡혔다.
시는 초유의 사태를 대비해 첫 '준예산'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13일 고양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본예산 처리를 위해 지난달 25일 정례회를 열고 예산안을 심의해야 했지만 현재까지 개회 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청.[사진=고양시] 2022.12.13. lkh@newspim.com |
시 관계자는 "내년도 본예산안을 지난달 21일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시의회의 권한이면서 본연의 의무인 예산심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민생사업들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게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동환 시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등원 거부 사태로까지 이어가고 있다.
◆해외출장으로 시작된 갈등…민주당 의원들 등원 거부로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이동환 시장의 해외 출장에서 시작됐다.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에 해외출장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의원들은 공항까지 찾아가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시의원들과 집회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한 비서실장 간 언쟁이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부적절한 언행을 한 비서실장이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지만 집행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커졌다.
결국 민주당 전체 의원들의 등원 거부사태로 이어졌고, 이때문에 예산안 조직개편안 등 각종 조례안 심의도 불발됐다.
민주당은 성명을 내고 "고양시 비서실장이란 직책은 단순한 개인적 직위가 아닌 이동환 시장의 정무적 의사결정과 대내외 메시지를 대리할 수 있는 상징적이고 실재적 위상을 갖는 막중한 자리"라며 "비서실장의 모든 언행은 고스란히 현 이동환 시장의 인식과 책임으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서실장은 우리 108만 시민들께서 모두 보는 민의의 전당이자 민주주의의 산실인 본회의장에서 공식적이고 분명하게 시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민생정책 올스톱…지역정가 "사과는 별개, 시의회 의무인 예산심의 해야"
당장 고양시는 소외계층 대상과 노인복지 분야 등의 지원이 끊어져 연말연시 민생대책이 무위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예산안을 보면 제설장비 용역(45억원)과 도로 응급복구(76억원) 등 긴급한 재해복구를 비롯해 교통시설 유지보수(47억원), 공원 관리용역(111억원) 등 계약에 차질을 빚게 된다.
또 청년일자리 대학생 행정체험(2.6억원) 및 자율방범대 지원(3억원), 경기도 생활체육대축전 등 민간 행사 보조금(57억원) 지급이 중지된다.
특히 법령과 조례상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는 학교 무상급식(300억원), 교육기관 보조(186억원) 등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어 지원할 수 없게 된다.
도로 보도정비(116억), 배수펌프장 시설정비(50억), 교량 보수보강(43억) 등 재난대응 시설비도 예산 집행이 중단된다.
시 관계자는 "민선 8기 정책은 경제자유구역 등 기업유치를 통한 '글로벌 자족도시' 조성 등의 방향전환이 절실히 필요하고 이를 위해 조직개편과 예산 집행이 이뤄져야 하지만, 파국사태를 맞을 경우 성장동력은 상실될 것"이라며 "특히 올해 제3회 추경예산 처리마저 못한다면 당장 소외계층 대상과 노인복지 분야 등 지원이 끊어져 연말연시 민생대책은 무위로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비서실장과의 사과 문제는 별개로 하고 시의회의 권한이자 의무인 예산안 심사는 해야 한다"며 "이같은 민주당의 발목잡기 행태가 이어진다면 주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고양시는 시의회가 연말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를 대비해 법령 및 조례에 따른 설치 및 운영시설과 지출의무 이행, 계속 사업 등 법정경비만으로 이뤄진 준예산도 준비하고 있다.
이는 고양시 역사이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고, 신규사업 중단과 민생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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