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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시시콜콜] 도쿄올림픽 개·폐막식의 커다란 자가당착

기사입력 : 2021년08월09일 16:34

최종수정 : 2021년08월09일 17:12

미래는 없고, 과거와 현재에 머무른 장례식 분위기
조화를 우선시하는 '와(和)정신' 내세우면서, 홋카이도와 오키나와 수탈에 대한 참회 없이 또 이용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언젠가는 '한 방'이 나올줄 기대했다. 그러나 그 '한 방'은 나오지 않았고, 지루하고도 단조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올림픽에서 졸전을 거듭한 한국 야구 얘기가 아니다. 바로 도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얘기다.

적어도 올림픽 행사라면 사람들 뇌리를 꽝하고 내리치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올림픽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을 도모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올림픽 개최국에게는 자신의 나라를 홍보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며, 국력을 자랑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총력을 기울여서 개·폐막식을 준비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2012 런던올림픽은 셰익스피어가 서막을 열고 비틀즈(Beatles)가 대미를 장식했다. 셰익스피어 희곡 <더 템페스트(The Tempest)>의 대사 '두려워하지 마라. 영국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할 것이다(Be not afeard; the isle is full of noises)'가 적힌 대형 '올림픽 벨'이 서막을 열고,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펫숍보이스, 아델, 비지스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가수들이 영국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을 토해내듯 보여주었다. 특히 마지막에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가 등장해 <헤이 주드(Hey Jude)>를 부른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록의 나라답게 영국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팝송을 과감하게 개막식 피날레에 사용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로올림픽도 마찬가지였다. 도쿄올림픽과 비슷하게 리우올림픽은 경제·정치·치안 불안과 지카 바이러스 창궐로 시작 전부터 위기를 맞았으나, 거창한 특수효과 없이도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영화 <시티 오브 갓> <눈먼 자들의 도시>를 찍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이 연출한 개막식은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이 있는 브라질 대자연과 인류 공존을 테마로 '삼바의 나라' 브라질 매력을 잘 선보였다. 

개막식 하이라이트는 19세기 초 의상을 입은 조종사가 비행기(14-BIS) 한 대를 몰고 스타디움을 날아올라 경기장 밖으로 어둠을 뚫고 사라진 장면과 나무숲 조형으로 이뤄진 오륜기 표출, 성화 조형물이었다. 이 비행기는 라이트 형제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비행기를 발명한 것으로 브라질이 자랑하는 알베르투 산투스 듀몬트(Alberto Santos Dumont)가 1906년 10월 최초로 자체 동력을 이용한 비행에 성공했을 때 탔던 비행기다. 

나무숲 조형으로 이뤄진 오륜기는 5대 주를 초록빛으로 물들게 하자는 환경보호에 대한 브라질 의지를 잘 보여주었다. 아마존의 땅다운 선택으로 1992년 리우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정신을 재강조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선수단 입장 때도 묘목 화분을 들고 있는 아이가 앞장섰다. 카니발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성화 조형물도 삼바의 열정을 잘 표현하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2020 도쿄올림픽은 개·폐막식 모두 지리멸렬한 이벤트의 짜집기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 최대의 위기상황이었고, 1년 연기된 탓에 재정적으로도 매우 힘든 상황이라는 현실, 연출가나 음악감독 등이 대회 임박해 사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을 감안해도 그렇다. 

일본은 애니메이션과 로보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나라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많은 마니아를 갖고 있는 거대 로봇 '기동전사 건담' 등을 내세워 뭔가를 보여주던지, 아니면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텅빈 관객석을 메꾸어 뭔가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던지 했으면 기존 올림픽과 차별화되면서 일본만의 특색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일본이 선택한 드론 쇼는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것이었고,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합창단과 각국 유명가수들이 부른 것은 런던에서 이미 재미를 본 발상이다. 더구나 <이매진>은 평창올림픽에서도 전인권 이은미 하현우 안지영이 불렀었다. 그나마 올림픽 종목을 묘사한 픽토그램이 볼만하다는 평가를 얻었으나, 이는 우리나라 개그맨들이 예전부터 이미 많이 해온 것이라 전혀 참신하지 않다는 누리꾼들 평가가 뒤따랐다. 

개·폐막식 모두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인해 축제 장소가 아니라 장례식이나 무슨 기념식이 아닌가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코로나19의 무거운 현실이 짓누르고 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쾌활하며 열정을 담은 기제들이 동원되었어야 할 터였다. 그러나 도쿄는 미래를 보여주는 데 실패했고, 어두운 과거와 현재에 매몰됐다. 그러다 보니 '재팬 야후'에 올라온 일본인들 댓글에서조차 "개막식보다 더 형편없었다" "저런 연출에 165억엔? 대체 어디에 썼지?" "어째서 학예회같은 걸 했을까" 등등의 평가가 속출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재기발랄하고도 활기찬 모습으로 가득찼던 2024 파리올림픽 홍보 영상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프랑스는 실시간 라이브 영상으로 우주왕복선 기내에서 비행사가 색소폰 연주를 하는 것으로 국가 '라 마르세즈'를 마감했고,  60mX90m 대형 오륜기를 매단 에펠탑을 선회하면서 프랑스 국기의 삼색을 연출한 비행대대의 비행사 모습을 보여줬다. 마크롱 대통령은 에펠탑 꼭대기에서 인사를 했다. 그러다보니 도쿄올림픽 개·폐막식 전체를 통털어 차기 개최지 소개영상이 가장 인기있는 코너가 돼버리는 웃지 못할 코메디가 발생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8일 일본 도쿄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폐회식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앤 이달고 파리 시장에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기를 이양하고 있다. 파리는 지난 1924 파리 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하계올림픽을 열게 된다. 2021.08.08. digibobos@newspim.com

일본의 가장 커다란 자가당착은 폐막식에서 나타났다. 일본 특유의 정신인 '와(和)'를 언제 드러낼까 궁금했는데, 역시 예외없이 등장했다. 일본은 자신들을 '야마토(大和) 민족'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본 음식은 '와쇼쿠(和食)'이고, 일본산 소고기도 '와규(和牛)'다. 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도처에서 '와(和)'자를 불 수 있다. 그만큼 '와'는 일본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마음가짐으로서 "자기주장을 하거나 대립된 상태보다는 인간관계에 마찰이 없고 집단 전체가 원만하고 화목한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와'는 이처럼 조화를 우선시하는 정신이라는 좋은 의미를 갖고 있지만, 너무 강조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개인이 '와'를 위해 희생하며 집단에 협조하는 것이 우선적 가치라는 파시즘이 발생하는 것이다. 일본이 한반도를 병탄하고 군국주의의 길로 가면서 가장 강조한 것도 바로 '야마토 정신(大和魂)'이었다. 바로 그래서 2019년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새로운 연호로 '레이와(令和)'를 등장시켰을 때, 일본이 중심이 되는 질서의 성립, 즉 과거 군국주의 침략을 다시 상정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폐막식 '와'의 시간에서 일본은 몇몇 지방의 마쓰리(축제)를 보여주면서 가장 먼저 홋카이도 아이누(アイヌ)족과 오키나와(沖繩) 원주민의 전통춤을 소개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침략에 의해 식민지가 된 영토다. 1870년 무렵부터 메이지 정부는 대대적인 홋카이도 간척과 점령사업에 착수했다. 각종 자원을 개척이라는 미명 아래 수탈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아이누족이 학살됐다. 홋카이도는 1930년대 들어 2차 세계대전 전선이 확대되면서 전쟁 물자를 생산하는 주요 기지가 됐고, 조선인 강제 징용자들에게도 무덤과 같은 곳이 됐다.

오키나와도 마찬가지다. 오키나와는 원래 류쿠(琉球)왕국이라는 독립된 나라가 있었고, 류쿠는 조선과 더 가까워 정례적인 조공을 바치던 국가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류큐 공식 사절단의 조선 방문은 무려 40회에 달한다. 그러나 메이지정부는 류쿠왕국을 무력으로 합병했고, 이후 오키나와도 홋카이도처럼 수탈에 시달렸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오키나와는 46만 명의 주민 중 1/4에 해당하는 12만 명이 숨지는 대참극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이는 히로히토 일왕이 종전 교섭을 유리하게 진행하려면 적(미국)에게 확실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고집해서 생긴 비극이었다. 전투에 이기려는게 아니라 적의 출혈을 최대한 끌어내 항복 조건을 완화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던 것이다. 강제 동원된 1만여 명의 조선인 '군속'과 일본군 성노예도 이 때 희생됐다.

일본이 진정한 '와의 정신'을 구현하려면, 홋카이도 아이누족과 오키나와 원주민에게 먼저 참회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일본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반성의 시간은 건너뛰고 오로지 목적을 위해 '와'라는 그럴싸한 겉치레로, 더구나 화합의 장이라는 올림픽에서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를 또 이용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평창올림픽 폐막식 총감독이었던 방송인 송승환은 한 방송에서 "이번 폐막식의 테마가 조화와 배려다. 근데 그 조화와 배려를, 일본이 자국민끼리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주변 국가들과 글로벌적으로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이 지적을 과연 수용할 수 있을까.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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