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하나뿐인 실험실 개발...2013년부터 '사운드바' 글로벌 1위
"수식 통해 최적의 사운드 개발...스마트폰, TV서도 성과"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핌] 심지혜 기자 =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2020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약 5시간을 달려온 미국 캘리포니아주 발렌시아(Valencia)에는 삼성전자 오디오랩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삼성전자의 사운드 기술을 빠른 시간 내에 정상에 올린 기술 개발의 산실이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발렌시아에 위치한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산하 오디오랩. [사진=삼성전자] 2020.01.13 sjh@newspim.com |
지난 10일(현지시간) 삼성 오디오랩에서 만난 앨런 드반티어 상무는 "전세계에 단 하나뿐인 음향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오디오랩은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산하 음향연구소로 2013년 말 설립됐다. 규모는 약 484평(1600㎡)이며 두 개의 무반향실(Anechoic Chambers)과 세 개의 청음실, 테스트룸 등을 갖추고 있다.
임직원은 박사 4명과 석사 7명을 포함해 모두 23명이다. 인원수는 많지 않지만 이들의 오디오 분야 경력은 300시간이 넘는다. 수장인 드반티어 상무는 삼성전자가 2017년 인수한 자동차 전장·오디오 전문업체 하만 출신이다. 하만에서 22년을 일하다 오디오랩 설립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근무 기간은 하만이 더 길지만 드반티어 상무는 오디오랩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그는 "오디오랩 설립 1년반 만에 사운드바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이후 스마트폰 오디오로 영역을 넓혔다"며 "지난해부터는 TV로 영역을 넓혀 올해 출시 제품에 신기술들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오디오랩을 통해 나온 삼성전자 사운드바는 글로벌 시장 1위다. 삼성전자는 오디오랩이 설립된 2013년부터 사운드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퓨쳐사운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 사운드바 글로벌 점유율은 22.3%이며 다음으로 소니가 13.9%로 뒤를 잇고 있다. 북미에서는 2016년 판매율 1위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디오랩의 논문 3편이 오디오 음향 협회가 선정한 2019년 Top 10 논문에 선정됐고, 2022년을 목표로 방에 있는 사물을 통해 반사되는 소리까지 고려하는 스피커 특허를 진행 중이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삼성전자 TV 13개가 2017년 미국 컨슈머리포트로부터 '엑설런트 사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0.01.13 sjh@newspim.com |
오디오랩은 사운드바 뿐만 아니라 삼성 TV 음질 혁신에도 기여했다. 2017년에는 미국 컨슈머리포트로부터 13개의 TV가 '엑설런트 사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제품 2020년형 QLED 8K에 적용된 사운드 관련 신기술도 오디오랩의 성과다. 대표적으로 ▲영상 속 움직이는 사물을 인식해 사운드가 TV에 탑재된 스피커들을 따라 움직이는 OTS+(Object Tracking Sound Plus)' ▲TV와 사운드바의 스피커를 동시에 활용해 최적의 사운드를 제공하는 Q-심포니(Q-Symphony) ▲주위 소음을 인식해 영상 속 화자의 목소리 볼륨을 조정하는 AVA(Active Voice Amplifier) 등이 있다.
또 보통 TV 좌우에만 스피커를 탑재했던 것과 달리 올해 선보이는 4K TV에는 상하좌우 모든 면에 스피커를 탑재한다.
드반티어 상무는 "오디오랩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직접 개발한 각 실험실이 밑바탕 됐다"며 "특히 무반향실의 경우 오디오랩에서 직접 개발한 것으로 이런 기술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삼성전자 오디오랩이 직접 개발한 무반향실 모습. [사진=삼성전자] 2020.01.13 sjh@newspim.com |
그의 간단한 설명 이후 오디오랩 안쪽으로 들어가니 연구 핵심 시설인 무반향실이 나타났다. 무반향실은 유리섬유(Fiber Glass)재질로 된 삼각기둥 모형이 사방에 채워져 있었다. 두꺼운 철제문을 닫으니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됐다.
오디오랩 관계자는 "유리섬유는 소리 흡수에 가장 좋은 소재"라며 "이곳에 있으면 바깥소리가 차단돼 숨소리까지 들린다"고 설명했다.
무반향에서는 작은 마이크가 달린 막대가 좌우로, 스피커가 달린 막대가 위아래로 회전하면서 음향 테스트를 진행한다. 실제 실험이 진행되면 2시간동안 700번을 측정한다.
자리를 옮겨 청음실 중 가장 큰 '사운드랩'에서는 삼성전자가 알고리즘으로 개발한 음향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가림막을 쳐서 음악을 들었고, 이후에는 스피커를 직접 본 상태에서 같은 음악을 들었다. 스피커에 달린 우퍼가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와 관련, 드반티어 상무는 "알고리즘으로 우퍼의 떨림을 수식화 했다"며 "우퍼가 소리에 따라 떨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든 수식에 따라 우퍼가 떨리면서 소리를 낸다. 소리를 직접 컨트롤해 최적의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삼성전자 오디오랩 수장 앨런 드반티어 상무. [사진=삼성전자] 2020.01.13 sjh@newspim.com |
체험한 실험실 한 곳에서는 사람 얼굴 모형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귀 부분이 눈에 띄었다. 만져보니 징그럽다고 느껴질 만큼 사람 피부 같았다. 실제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다.
오디오랩 직원은 "소리가 귀에 들어갈 때의 환경을 최대한 현실과 비슷하게 만들려고 구비한 것"이라며 "가격은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경쟁사 TV와 삼성TV(Q90R) 음질의 우위를 가리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막을 가리고 번갈아 가면서 두 대의 TV에서 음악을 들려준 후 참석한 기자들에게 어떤 제품의 소리가 더 나은지 선택하라고 했다. 그 결과 테스트에 참석한 열 명의 기자 중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사운드바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TV 음향 기술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다만 경쟁사 TV가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드반티어 상무는 "나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음악을 좋아해 이 일을 하고 있다"면서 "'훌륭한 사운드를 만들어 세상에 영감을 주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전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