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입을 연 마이클 코언으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너에 몰릴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트럼프 변호단은 아직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인 코언은 이날 뉴욕연방법원에서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의회 거짓 증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코언은 지난해 의회 정보위원회 조사에서 모스크바에 트럼프 타워를 짓는 부동산 프로젝트에 대해 위증한 혐의를 받았다.

코언이 혐의를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NYT는 트럼프 변호단의 반응이 예상과 다르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프로젝트에 대한 코언의 진술이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변호단은 특검 발표 내용이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입장과 기본적으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특검팀으로부터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서면 질의서를 받고 답변을 직접 작성해 제출했다.

29일(현지시각) 뉴욕 연방법원에 출석한 마이클 코언 변호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변호단은 코언이 위증을 했더라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변호를 맡은 루돌프 W. 줄리아니 변호사는 2016년 “당시 제안이 있었으며 이는 코언이 처리했고, 구속력이 없는 가계약서가 있었을 뿐 그 이상 진행된 것은 없다고 대통령도 밝힌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검이 코언이 혐의를 인정한 것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뮬러 특검팀이 이날 발표한 새로운 자료에 따르면, 코언 변호사는 지난해 미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부동산 프로젝트에 관해 단 세 차례 논의했으며, 트럼프 타워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한 모든 논의는 2016년 1월에 끝났다고 말했으나, 자신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실제 프로젝트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이후인 9월까지 유효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트럼프의 ‘정치적 메시지’를 고려해 트럼프와 러시아 간 교류 사실도 숨겼다고 진술했다.

줄리아니 변호사는 모스크바 프로젝트와 관련해 뮬러 특검팀과 대통령 측이 주고받은 내용은 공개하길 거부했다. 다만 트럼프와 그의 가족 기업인 트럽프그룹은 “처음부터 이와 관련한 모든 문서”를 특검에 제출했고, 그 덕분에 “그들(특검)이 이에 관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뮬러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미 대선 캠페인 기간에도 러시아에서 개인 사업을 벌였는지 수사하고 있다. 코언 변호사와 트럼프그룹 동업 경력이 있는 펠릭스 세이터 간 오간 내용을 트럼프가 당시 알고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변호단 기록에 따르면 뮬러 특검팀은 트럼프 측에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마이클 코언, 펠릭스 세이터, 외국인을 비롯한 다른 이들과 러시아 부동산 프로젝트와 관련한 어떤 대화 및 교류를 가졌냐”고 트럼프 측에 물었다. 

코언의 이번 진술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도 다시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2016년 트럼프 타워 회동 사건으로 특검팀이 주시하고 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흠집을 낼 목적으로 트럼프 캠프 대선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 등과 함께 러시아 변호사를 트럼프 타워에서 만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코언은 의회에서 증언한 것과 달리, 실제 프로젝트에 관해 트럼프 가족에게 브리핑을 했다고 밝혔다. 브리핑을 받은 구성원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코언 변호사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이방카 트럼프와 부동산 협상안을 논의했다고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남매 변호단은 프로젝트와 관련한 마이클 코언과의 교류에 대해 언급하길 거부했다.

29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코언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나약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코언에 대한 트럼프의 비난이 변호단 주장과 충돌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코언의 진술과 트럼프의 입장에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변호단이 주장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만 날선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외관상의 모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줄리아니 변호사는 코언을 비난했다. 줄리아니는 ”그는 같은 스토리도 다른 버전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다. 그가 거짓말쟁이고 우리가 그를 믿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거짓말쟁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나는 여러분들에게 그가 무슨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얘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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