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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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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15)

“어떤 이는 그를 마법사라 했고, 또 다른 이는 악마라 했으며, 그나마 정상적인 이들은 그를 유령이라고 불렀다.”
영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Paganini: The Devil's Violinist)》의 도입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영화는 베토벤의 생애를 그린 영화 《불멸의 연인》을 만든 거장 버나드 로즈 감독이 2013년에 만든 작품으로, 파가니니의 신비스러운 매력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가니니는 바이올린을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현란하게 연주한 대가였다. 파가니니는 4옥타브에 걸치는 넓은 음역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음을 하나하나 끊어 연주하는 스타카토 주법, 현을 손끝으로 튕겨서 소리를 내는 피치카토 주법, 현에 손가락을 가만히 둠으로써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는 하모닉스 등의 화려한 연주기법을 창안해 냈다. 고난이도로 유명한 그의 《24개 카프리치오》의 악보를 본 당대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이건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가 혁신적으로 바꾸어놓은 바이올린 연주기법은 후대 거장들, 특히 파블로 사라사테와 외젠 이자이 등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가 일으킨 기법상의 영향은 바이올린 음악뿐만 아니라 관현악에도 미쳤는데, 특히 리스트에게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파가니니는 작곡가로서도 명성을 얻었다. 대표작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무반주 《24개 카프리치오》를 들 수가 있다. 파가니니의 초절적인 연주기교에 자극된 리스트,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은 파가니니의 멜로디를 차용하여 많은 피아노곡을 작곡했다.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1782~ 1840)는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무렵부터 만돌린과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음악 교습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어디서나 반년이면 스승의 실력을 따라잡는 놀라운 재능을 선보였다.
아들의 재능을 간파한 아버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연습을 시켰다. 그 결과 파가니니는 14세인 1795년에 처음 바이올린 연주회를 열어 고향 제노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급속한 성공으로 자만에 빠진 청년 파가니니는 방탕한 생활과 도박으로 건강을 해치고 거액의 빚을 지기도 했다. 한번은 빚 때문에 바이올린이 저당 잡혀 있어 연주회를 앞둔 파가니니가 어려움에 빠졌다. 그 소식을 들은 한 프랑스의 악기상인은 파가니니에게 바이올린을 빌려주었고, 덕분에 겨우 연주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은 상인은 빌려주었던 그 바이올린을 파가니니에게 영원히 주었다고 한다.

1801년 고향을 떠난 파가니니는 1804년까지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한 귀부인의 성에 머물렀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연주 활동을 하지 않고 하모닉스나 중음주법, 스타카토 등의 새로운 주법을 연마하였다. 22세가 되던 1804년, 그는 출생지인 제노바로 돌아와 다시 연주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이전보다 더한 명성을 얻었다. 이듬해인 1805년부터 3년간은, 프랑스에 의해 점령당해 나폴레옹의 여동생 소유가 된 이탈리아 루카의 궁정 오페라극장에서 바이올린 연주자와 지휘자로서 생활하였다.
독주 연주가로서 성공하고자 했던 그는 26세가 되던 1808년 루카 궁정 극장을 나와 연주여행을 시작하였다. 20년에 걸친 이탈리아 각지에서의 연주여행을 통해 그가 보여준 초절기교적인 바이올린 기법은 청중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그 소문은 이탈리아를 넘어 전 유럽에 퍼져나갔고 파가니니는 음악애호가들로부터 찬사와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의 한 장면 <사진=이철환>

파가니니가 46세가 되던 1828년, 그는 처음으로 국외 연주 여행을 떠났다. 그해 3월 빈에서 있었던 연주회는 미증유의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 후 ‘파가니니 스타일‘이라고 이름 붙인 양복· 모자· 장갑· 구두 등이 상점마다 넘쳐흘렀다. 이듬해부터는 독일, 폴란드, 프랑스, 영국 등을 돌아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열광적인 박수로 환영을 받았다.
만년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왕복하면서 연주 활동을 하며 지냈는데, 이 시기에 파가니니는 신진 작곡가로 세상의 주목을 끌기 시작하던 베를리오즈를 파리에서 만나게 된다. 당시 파가니니는 베를리오즈를 높이 평가하여 그에게 2만 프랑의 격려금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 무렵부터 파가니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연주활동도 뜸해졌고 얼마 후에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파가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리고 있지만 이처럼 좋은 일도 많이 하였다. 또 다른 파가니니의 선행 일화를 소개 하겠다. 어느 날, 영국 런던의 템즈 강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구석진 모퉁이에서는 한 거지 노인이 낡아빠진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소리는 신통치 않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파가니니는 거지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죄송하지만 지금 제 수중에는 준비된 돈이 없습니다. 그러나 바이올린을 좀 다룰 줄 아는데 제가 할아버지를 대신하여 몇 곡을 연주해 드리면 안 될까요?” 거지노인은 잠시 쉬기도 할 겸해서 바이올린을 건넸다. 건네받은 그 낡아빠진 바이올린을 파가니니가 연주하자 놀랍도록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매료되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거지가 벗어놓은 모자에는 사람들이 건넨 돈들이 수북이 쌓였다.

파가니니의 놀라운 바이올린 연주를 들은 관객들 중에는 감동한 나머지 까무러치는 사람도 많았다.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의 현을 두 개만 사용하는 곡을 선보이자, 나폴레옹의 누이동생인 엘리자 보나파르트는 “그러면 현 하나로만 연주할 수도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영감을 얻은 파가니니는 진짜 G현 하나로만 연주하는 곡을 만들어냈다.
이후 파가니니에 대해서 기괴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졌고, 그 이상한 소문들은 한평생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파가니니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G현의 줄은 젊은 시절 그가 목 졸라 죽인 여인의 창자를 꼬아 만든 것이라거나, 파가니니의 신비한 연주 실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얻은 것이라든지, 바이올린 활을 움직이는 것은 그가 아니라 바로 사탄이라는 등등의 소문이 그것이었다.
관습과 권위를 무시하는 특유의 괴팍함과 자유분방함, 깡마른 체구에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두드러진 매부리코와 광대뼈를 지닌 파가니니의 외모도 악의적인 헛소문이 만들어지는 또 다른 요인이 되었다. 소설가 스탕달이 자신의 작품에 이 괴담이 사실인 것처럼 서술한 것을 비롯하여 작곡가 리스트와 시인 하이네도 이러한 괴 소문이 사실인양 언급함으로써 그 소문을 더욱 키우는 데 일조를 하였다. 그러자 교회를 중심으로 파가니니를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세력이 생겨났다. 공연 때마다 관객들은 무대 어딘가에 정말 악마가 숨어 있는지 보려고 눈을 두리번거렸고, 파가니니가 악마 특유의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걷는지 시선을 집중하기도 했다.

파가니니가 지중해 연안의 프랑스도시 니스에서 임종을 목전에 두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의 경이적인 비이올린 연주 실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대가로 얻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카파렐리라는 이름의 사제는 파가니니가 죽기 전 그의 영혼을 악마에게서 구하여 온전히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파가니니의 병상을 찾았다.
후두 결핵을 앓고 있던 환자 파가니니는 목소리조차 잘 나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파가니니의 고백과 참회를 그가 죽기 전 끌어내야 한다는 지나친 부담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사제는 마음이 다급하여 병상에 들어서자마자 환자에게 물었다. “도대체 당신의 바이올린에는 어떤 비밀이 있기에 그토록 놀라운 선율을 내는 것이오?”
한발 한발 찾아오는 죽음의 고통에 시달리던 파가니니는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손짓만 했다. 그래도 사제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고 파가니니는 이에 짜증이 났다. 그래서 들릴까 말까 하는 목소리로 “그 속에는 악마가 숨어 있소”라고 속삭였다. 그러고는 얼마 후 숨을 거두었다. 그의 나이 57세이던 1840년 5월 의 어느 날이었다. 그의 곁에는 14세 된 아들이 혼자 임종을 지키고 있었다.
한편, 모두가 듣고 싶어 했던 바로 그 증언을 파가니니에게서 억지로 끌어낸 사제는 곧장 니스의 주교를 찾아가 자신이 들은 사실을 전했다. 그러자 파가니니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일 것이라는 그간의 구구한 억측이 이제 확증으로 굳어졌고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래서 교회 측에서는 이 유명한 음악가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치던 조종을 중도에 모두 멈추도록 지시했다.

파가니니는 임종 시 자신의 고향인 제노바에 묻히고 싶다고 유언했다. 그러나 교회 측의 반대로 파가니니의 시신은 제노바로 가지 못하고 수년간 타향에 머물러 있었다. 그동안 그의 후원자인 디 체솔레 백작은 그의 유해를 방부처리 해 어느 작은 섬의 동굴에 숨겨 놓았다.
파가니니가 죽은 지 4년의 세월이 흐른 1844년에야 그의 시신은 니스를 떠나 제노바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교회 측의 반대로 그의 시신은 묘지에 묻히지 못하고 지하 납골당에 임시로 안치될 수밖에 없었다.
파가니니의 시신이 영구 거처를 얻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1876년의 일이었다. 부친의 임종을 지켜보던 14세의 소년은 이미 50세의 중년이 되어 있었다. 사망한 지 무려 36년이 지난 뒤에야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는 비로소 대지의 품에서 안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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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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