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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자본시장 활성화…첫단추는 거래소 '공공기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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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묶어놓고 선진화 어려워…자율적인 혁신 유도해야

[뉴스핌=최영수·곽도흔 기자] 오는 24일 정부의 공공기관 지정을 앞두고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방만경영에 대한 비판이 따갑지만 되레 정부가 '낙하산'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공공기관 지정'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부는 오는 24일 공공기관운영위(이하 '공운위')를 열어 공공기관을 지정할 예정이다.

이번 평가에서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 여부는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다. 이를 숙원과제로 여겨온 거래소는 물론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업계가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 "경영혁신은 숙명…방만경영 우려는 기우"

▲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9일 거래소 기자실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거래소 선진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지분도 전혀 없는 정부가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방만경영'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소가 공공성을 띠고 있는 만큼 방만경영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정부가 과연 거래소의 방만경영을 감시할 권리가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금융투자사들의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관리감독의 권한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로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만 있다면 차라리 어느 정도 방만경영은 눈감아 줄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그만큼 업계는 지금 시장 활성화에 목메 있다.

실제로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이사장 등 임원 연봉이 대폭 삭감됐다는 것과 일부 관리비를 아껴쓰고 있다는 정도다. 시장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고액 연봉은 당연히 논란거리가 되지만, 과연 이사장 연봉 삭감을 방만경영 근절의 지표로 삼을 수 있을까. 금융투자사 CEO들의 연봉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며,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회사의 CEO도 업계 현실과 여론에 비추어 과도한 연봉이 문제가 되면 자진해서 임금을 반납할 수 있다.

거래소는 정부의 '방만경영 우려'에 대해 기우라는 입장이다. 인사나 관련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금융당국의 통제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경우 일각에서 방만경영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는 기우"라면서 "현재도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고 있고, 공공기관이 아니어도 자본시장 유관기관으로서 금융위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거래소 수입이 급감하면서 적자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올해도 생존차원에서 비용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방만경영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방만경영 근절의 롤모델이 되겠다"면서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수 있도록 정부와 최선을 다해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 자본시장 활성화 초석…"거래세 1~3조 늘어날 것"

금융투자업계의 바램은 거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있다. 이런 면에서 거래소 공공기관 해제를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해 거래규모가 1000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활황이었던 2010년 2000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자본시장이 예년 수준으로 활성화될 경우 거래세가 최소한 1조원에서 최대 3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거래가 1500조원 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거래세 0.3%를 감안하면 약 1조5000억원, 2000조원까지 활성화될 경우 약 3조원의 세수가 증가하게 된다. 거래가 활성화되면 거래세를 인하하더라도 세수 증대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세수 확보가 절실한 정부가 오히려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를 적극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자본시장이 크게 위축되어 있는데, 이럴 때 일수록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면서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는 규제완화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특히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면서 "파생상품 거래 수익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거래가 약 40%나 급감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해제는 민간 전문가들이 포함된 공운위에서 결정된는 만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전경

◆ 원칙없는 지정 기준…낙하산 자리만 늘려

정부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가장 큰 문제점은 구체적인 원칙과 기준이 모호하고, 정부의 '입맛대로' 그때그때 추진된다는 점이다. 

거래소는 지난 2009년 1월 29일 공운위에서 시장규제와 감시 같은 공적인 업무를 하고 있고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는데, 이 과정에 대해 당시 정부 당국이 거래소와 증권선물시장을 통제권에 두려 반시장적 조치를 취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후보시절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또 지난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독점적 지위가 사라졌기 때문에 공공기관 지정 해제 문제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거래소와 업계의 기대는 높다.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 기업공개, 상장을 통한 민영화로 증권·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한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난 정부 공공기관에서 빠졌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2년 만에 다시 지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불신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심지어는 정부가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한국은행까지 공공기관 지정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치(官治)에 대한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성을 빌미로 관치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면서 "결국 낙하산 자리만 늘어나 자율적인 경영혁신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곽도흔 기자 (drea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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